다나카前외상 "고이즈미가 개혁대상" 독설

  • 입력 2002년 2월 20일 18시 36분


고이즈미 총리와 다나카 전 외상
고이즈미 총리와 다나카 전 외상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일본 외상의 ‘입’은 건재했다.

다나카 전 외상은 20일 오전 1시간 동안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자신을 경질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강력히 비판하고 총리관저의 인사 개입과 외무성 관료와의 알력 등을 털어놓음으로써 총리와 전면 대결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이날 증언은 원래 지난달 도쿄(東京)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재건 국제회의에 일본의 특정 비정부기구(NGO)들의 참석을 금지하는 과정에서 다나카 전 외상과 앙숙인 스즈키 무네오(鈴木宗南) 의원이 개입했는지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예산위 회의는 NHK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다나카 전 외상은 “나를 경질한 고이즈미 총리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외무성 관료와의 알력이 경질 이유라면 관료를 먼저 문책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총리의 구조개혁 주장은 겉으로 보면 신선해 보이지만 자기가 자기 말에 구속돼 스스로가 ‘저항세력’이 됐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마음껏(소신껏) 하라”고 해놓고도 정작 외무성 편을 드는 측근들을 배제해달라고 요구하면 “안 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외면하곤 했다는 것. “내 스커트를 밟고 있는 사람은 바로 총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다나카 외상은 지난해 여름 신임 외무차관(사무차관) 인사 때 “총리의 정무비서관이 내 집무실로 들어와 예상과는 다른 사람을 후임 사무차관으로 거론했다”며 “총리의 정무비서관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냐, 총리관저에 외상이 있는 줄 알았다”고 비아냥댔다.

그는 후임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에 대해서도 “그는 관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읽기만 한다”고 꼬집었다.

다나카 외상은 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방일 환영회(18일) 초대장은 “받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하고 “보냈다”고 주장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에 대해선 “관방장관의 특기는 착각”이라고 쏘아붙였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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