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마음의 묵은 때 녹일 겨울온천에 가자 …

  • 입력 2002년 2월 8일 14시 00분


겨울여행의 오붓한 재미 중 하나는 온천욕이다. 일상에 지친 몸을 따뜻한 온천탕에 담그면 쌓인 피로가 봄눈 녹듯 사라진다. 온천 중에서도 설경(雪景)이 한눈에 들어오는 노천탕이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온천여행에도 지침이 필요하다. ‘온천’이라고 적혀 있다고 무작정 들어가서는 곤란하다.

가장 안심할 만한 곳은 그 동네 사람들이 추천하는 온천장이다. 법적으로 온천은 25℃ 이상의 물이며, 성분이 몸에 해롭지 않으면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몸에 꼭 이롭지 않아도 온천은 성립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잘 찾아들어가야 한다. 입소문에 귀기울일 필요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낯선 동네에서 좋은 음식점을 찾는 요령과 다를 바 없다. 이때 동네 사람들이 흔히 권하는 온천은 거대한 대중탕보다는 낡은 건물의 오래된 온천장이기 쉽다. 흔한 말로 그곳이 바로 원조 온천이다.

그런 곳을 잘 찾아들면 살빛이 달라진다. 설 연휴, 가족과 함께 온천여행을 떠나보자.

▧ 충주앙성온천

◇ 물 반 철분 반 … 마치 황토를 푼 듯

충주시 앙성면에 들어서면 기운찬 국사봉과 건너편의 듬직한 양지말산이 마주 보는 사이로 10여개의 온천장이 들어서 있다. 이곳이 탄산온천으로 잘 알려진 앙성면 능암리와 돈산리 일대의 온천 마을이다.

이곳은 60년대까지만 해도 중석 광산이 있던 지역이다. 82년 폐광되기 전까지 한때 1000여명의 광부가 생활할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다. 마을 앞을 흐르는 앙성천에서는 사금이 채취되기도 했다. 그곳에서 충주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 중앙탑을 지난 곳에 있는 창리는 철광 산지이기도 했다.

이런 토질이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을 낳게 했다. 앙성면 능암리 일대에서 온천이 발견된 것은 80년대 중반이며 개발은 80년대 말에 이루어졌다. 이곳의 물은 약산성으로 탄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입욕한 지 2, 3분 지나면 온몸에 맺히는 수많은 기포가 이를 입증한다. 이 기포가 피부의 수분을 보호하고 혈행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 물에는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이 공기 중의 산소를 만나면서 산화되어 온천물은 마치 황토를 푼 듯하다.

이 물의 특별한 약효 때문에 입욕 시간이 너무 길면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탄산천에 10분 입욕한 후 온탕에 5분, 다시 탄산천에 15분 동안 몸을 담그면 좋다. 이 물은 심장을 편안히 해 주고 당뇨와 고혈압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 능암골은 예부터 장수마을로도 유명하다.

작은 마을 전체가 온천장이지만 수질이나 시설은 저마다 다르다. 온천욕을 제대로 즐기려면 여관의 욕실보다는 부대시설이 잘 갖추어진 대중탕이 낫다. 벽을 아예 숯으로 쌓은 참숯 사우나실이나 냉탕, 온탕 등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꼽을 만한 대중탕으로 능암온천레저(043-854-6800), 앙성탄산온천(043-855-7361), 돈산탄산온천 라이프케어 (043-855-6001)이 있다.

앙성 온천지대에서 목계다리 방향으로 가다 보면 골동품점들이 눈에 띈다. 가흥삼거리에서 충주 방향으로 내려가면 잘생긴 7층석탑, 중앙탑이 보인다. 중앙탑 곁의 남한강은 넓은 호수를 이룬다. 조정지댐이 강물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탑 주변은 아주 편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향토민속자료전시관도 있어 쉬어갈 만하다.

◎ 여행정보(지역번호043)

△ 숙박

가마골탄산온천(855-8877) 송암탄산온천(854-3656)

△ 맛집

온천 마을에서 동쪽으로 5㎞ 정도 가면 목계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막 건너 오른쪽으로 틀면 강가 바로 옆에 조용한 강변횟집(852-0799)이 나타난다. 남한강에서 잡히는 민물고기 참매자를 요리해 내놓는 집이다. 참매자는 살이 연하고 가시가 많은데 무와 무청, 감자, 검은콩 등을 넣어 조려낸다. 매콤하고 얼큰하다. 참매자 조림을 15년째 하고 있다는 이 집은 예전에 나루터 주막이었다. 음식점은 강둑을 끼고 있는데, 강둑 위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참매자 조림은 대·중·소로 나뉘는데, 어른 두 사람이면 2만원짜리 소 하나가 적당하다.

△ 가는 길

1.중부고속도로→일죽 IC→장호원→충주 방면으로 가다 보면 길 양쪽으로 앙성 온천지구가 나온다.

2. 중앙고속도로→서제천 IC→박달재→목계나루→장호원 방면으로 가다 보면 앙성 온천지구가 나온다.

▧ 강화도 마라(쓴물) 칼슘탕

◇ 서른 개 가족탕에 ‘쓴 물’이 찰랑찰랑

강화도에 들어서 다시 배를 타고 교동도로 건너가면 상룡리에 달우물이라는 곳이 있다. 우물에서 단물(좋은 물)이 나온다는 지명인 듯하다. 이곳에서 농어 양식을 하던 박용호씨(65)가 지하수를 팠다가 온천수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곳의 물을 쓰려면 군인들이 지키는 선착장에서 한겨울에 배를 타고 바닷바람을 쐬야 한다는 것이 좀 걱정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강화도의 창후리 배가 닿는 선착장 인근에 이곳 달우물 온천수를 가져와 쓰는 목욕탕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이 바로 강화도 창후리의 마라(쓴 물)칼슘탕(032-933-4621)이다.

이곳으로 교동도의 온천수를 실어나른 것은 2000년 3월부터다. 이곳 ‘마라’(쓴 물)라는 이름은 성경에 나오는 ‘마라의 쓴 물’에서 따온 이름이다. 달우물 온천수 맛이 쓰기 때문이다. 첫 맛은 짜고 그 다음 맛은 깊이깊이 쓰다. 온천수로는 독특한 맛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은 30개의 가족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님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탕에 물을 받기 시작하는데 물이 차기를 기다리는 동안 입욕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이곳에서는 샴푸도 비누도 전혀 쓰지 말라고 한다. 그냥 탕 안에 있다가 몸이 더워지면 나와 때수건으로 몸을 문지르라고 한다. 피부과 의사들이 들으면 약간 놀랄 말인데, 이 물을 써본 경험상 그 방법이 피부에 가장 좋다는 것이 이곳 주인 박용호씨의 설명이다. 이 물은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눈병 치료에 좋다고 한다. 어떤 성분이 그런 효능을 보이는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물은 병소를 짚어내기도 한다는데, 물속에 있을 때 어지러우면 위가 좋지 않은 것이고, 관절 부위가 좋지 않으면 그 자리가 따끔거리는 증세가 있다고 한다. 이때 좋지 않은 부위일수록 많이 문질러주는 것이 바른 목욕법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온 부모들이 보이곤 한다.

욕실은 0.8평 정도인데 바닥과 욕조가 통나무로 되어 있다. 뜨거운 욕조 안에 몸을 담그고 창 밖을 바라보면 배가 정박해 있는 바다가 보인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한껏 정취가 있을 듯하다.

이곳에서 권하는 방법대로 목욕하고 나니 피부가 정말 매끄럽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서는 쓴 물을 적신 물휴지를 판매하고 있다.

주변에 볼 만한 곳으로 창후리에서 강화읍 방향으로 가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인돌이 있다. 고인돌 공원에는 연개소문 비석이 있다. 근자에 세웠는데, 연개소문이 강화도 출신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송해면 하도리 오류내에는 조선 시대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되는 권필의 유적비가 있다. 송강의 제자인 권필이 은거했던 곳인데, 동네에는 아직도 권필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온다.

◎ 여행정보(지역번호032)

△숙박

보성파크(934-6044) 엘리제궁(933-1090) 그린하우스(933-3233)

△맛집

창후리 선착장은 황복마을로 유명하다. 황복은 4월부터 10월까지가 제철이다. 요즘은 숭어 맛이 좋다. 숭어도 본래 도화꽃이 필 때가 가장 맛있다고 하지만 겨울 숭어도 뒤지지 않는다. 숭어는 기름기가 적고 맛이 담백하다. 강화 앞바다에서 잡힌 자연산 숭어가 1㎏에 3만5000원이다. 따라 나오는 밑반찬에 밴댕이회도 몇 점 들어 있다. 숭어 1㎏을 시키면 4인 가족이 매운탕까지 알뜰하게 먹을 수 있다. 바다횟집(932-6996)

△가는 길

김포(48번 국도)→강화대교→강화읍→인진나루 못미처 창후리 선착장 방향

▧ 포항 영일만온천

◇ 찌뿌드드한 기분 말끔 … 해돋이는 덤

포항지방에는 온천이 여럿이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진짜 온천’은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리에 위치한 영일만온천(054-285-1600)뿐이라고 한다. 이 온천이 들어선 자리는 예부터 온수가 솟아나 온정재, 왕어골, 가마골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러다 영일만온천이 들어선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온천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영일만온천은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라듐, 라돈, 게르마늄 등의 광물질이 고루 함유된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온천이다. 그래서 피로회복과 피부미용에 좋고 신경통, 관절염, 심장병 등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원수의 수온이 35℃로 다소 낮은 데다 아직까지는 시설과 규모가 낡고 작아 대중목욕탕을 연상케 한다는 게 단점이다. 그러므로 일부러 찾아가기보다는 장기곶 호미등의 해돋이를 보러 오가는 길에나 한번 들러봄직하다.

포항을 출발해 푸른 동해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해안도로를 타고 장기곶을 거쳐 경주 대왕암 해변까지 달리는 여로(旅路)는 우리 땅의 소중한 의미와 역사의 은은한 향훈이 느껴지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먼저 장기곶으로 가려면 포항시내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구룡포 방면으로 가다가 동해면 소재지(도구)에서 925번 지방도로 접어드는 게 좋다. 도구 삼거리에서 장기곶까지는 가파른 산자락과 아찔한 해안절벽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20km의 해안도로를 달린다. 영일만 저편으로는 포항철강단지의 우뚝한 굴뚝과 포항 북부해안의 아늑한 포구가 아스라한데, 마치 남해의 어느 섬에서 바라보는 육지 같은 느낌을 준다.

해맞이 명소로 이름난 장기곶 호미등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박물관(054-284-9814)과 최대 규모의 등대가 있다. 1982년 처음 문을 연 등대박물관에는 각종 항로표지물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등대 발전사를 한눈에 엿볼 수 있지만, 현재는 제한된 날에만 관람할 수 있다. 등대박물관 옆의 장기곶 등대는 1903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등대인데, 6층 건물 높이에 팔각형의 연꽃 모양으로 지어진 서구식 건물이다.

◎ 여행정보(지역번호054)

△숙박

영일만온천 주변에는 숙박업소가 없다. 그러므로 포항시내나 호미곶 주변의 숙박업소를 이용해야 한다. 포항시내에는 로얄시그너스호텔(274-4004), 오션파크관광호텔(277-5555), 포항비치관광호텔(241-1401) 등이 있고, 호미곶을 거쳐가는 925번 지방도변에서는 아무르모텔(291-0990), 엔비모텔(292-1010), 해수장(284-8044), 해송모텔(284-8245), 이어도모텔(284-4555) 등이 권할 만하다.

△맛집

포항지방의 겨울철 별미로 첫손 꼽히는 것은 꽁치과메기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과메기는 뼈와 껍질을 잘 바른 다음 생미역으로 둘둘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다. 구룡포와 호미곶 일대의 바닷가에는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 과메기를 파는 음식점과 건어물점이 흔하다. 값은 1두름(20마리)에 5000원 선.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경주 IC(7번 국도)→포항 롯데칠성 앞 삼거리(우회전)→연일대교→연일읍→대송면사무소 앞→영일만온천. 포항 성원여객(277-8086)의 160번 시내버스 종점에서 온천행 셔틀버스 운행.

▧ 홍천온천

◇ 부드러운 ‘물맛’ 온몸으로 만끽

금광과 철의 매장이 풍부했던 홍천 지역에 온천이 나온다. 홍천의 첩첩산중 아래로 완전한 U자를 그리며 흘러가는 홍천강의 꼭지점 끝에 삼각형 모양의 홍천리조트온천(033-434-5000)이 있다. 그곳이 홍천강 유원지로 알려진 밤벌인데 지형이 매우 특이하다. 온천 시설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은밀하게 감춰진, 드물게 아름다운 곳이었으리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둘러싼 숲이 좋아 여름 휴양지로 꽤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온천이 솟아난 자리는 하필 그 내성적인 자연의 지하 1080m에서다. 그리하여 주변 경관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도드라진 시설물이 우뚝 서게 되었다. 인간의 손에 의해 개발되고 마는 것이 어쩌면 품속에 ‘보물’을 품고 있는 자연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온천이 개발되던 해가 경제대란을 겪던 98년이어서 아직도 주변 경관은 뒷정리가 덜 되어 있다.

이곳의 물은 ‘세상에 어쩜 이런 물이 있을까’ 싶게 부드럽다. 물에 잘 지워지지 않는 여자들의 색조 화장조차 부드럽게 지워진다. 온천수 중 알칼리성 수질이 특히 피부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물은 강알칼리성이다. 중탄산나트륨과 불소, 기타 미네랄이 진하게 들어 있어 지방을 제거하고 피부 재생 효과가 뛰어나 비만뿐 아니라 피부미용에 효험이 있다는 것이 업체측 설명이다. 목욕하는 방법으로는 때를 미는 방법이 경험상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온천 시설은 오후 8시까지 문을 여는 대중탕, 24시간 운영되는 불가마찜질방 그리고 가족탕 등이 있다. 대중탕은 수질 외에도 여러 안마 기능을 갖춘 욕탕과 각종 사우나실을 갖추고 있는데 곳곳에 휴식 의자를 마련해 둔 널찍하고 세련된 공간이다. 불가마찜질방에는 발마사지, 피부관리실 등 각종 마사지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저녁이면 찾는 손님이 많다. 1층에는 레스토랑, 카페, 오락실이 있고, 3층부터 6층까지는 39개의 객실이 피라미드를 이루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아직까지 1, 2층 상가의 입점이 완전하지는 않은데, 주말이면 객실은 100% 예약률을 보인다고 한다. 홍천읍 읍사무소 마당에 고려시대에 축조된 높이 3.5m의 사사자삼층석탑이 있다. 구례 화엄사의 사사자삼층석탑과 닮은 것으로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 여행정보(지역번호033)

△숙박

홍천리조트온천(434-5000)

△맛집

양지말 화로구이/ 토질 좋은 홍천의 돼지고기 삼겹살 부위를 양념하여 참나무 숯이 담긴 화로에 얹어 구운 음식이다. 재료는 고추장 양념한 돼지고기로 언뜻 평범한 듯 보이지만 맛은 평범하지 않다. 미리 재워두지 않는다는 고기는 타고난 육질도 좋지만 잘 숙성된 비법의 양념 때문인지 갈비처럼 연하다. 매콤한 듯하면서도 맵지 않고 뒷맛이 달다. 더덕과 양송이를 함께 구워 먹도록 내오는 상차림도 깔끔하고 넉넉하다. 홍천 일대에서 나는 참나무 숯을 화로에 담아 익히는 흔치 않은 정성도 반가운 일.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여 내는 된장국도 부드럽고 구수해 된장국 생각에 일부러 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란다. 1인분에 7000원. 충분한 양이다. (435-7533)

△가는 길

1.서울→44번 국도→홍천읍→춘천 방향(5번 국도) →홍천리조트온천 입구 2. 중앙고속도로→홍천 IC→홍천읍→춘천 방향(5번 국도) →홍천리조트온천 입구

▧ 문경 온천

◇ 노천탕에 몸 담그면 “시원타” 절로

노천탕에 몸 담그면 “시원타” 절로문경은 영남의 관문이다. 일찍이 새재(鳥嶺) 길이 열린 뒤 영남의 물산과 사람이 한양으로 오르내리려면 문경 땅을 밟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삼국시대 이후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지금도 문경시 곳곳에는 많은 역사유적이 산재해 있다. 그 밖에도 조선 백자의 전통을 잇는 도요(陶窯)가 있는가 하면 경상도 제일의 탄광지대라는 옛 명성을 간직한 석탄박물관도 있다.

문경 온천단지는 문경시 문경읍 하리의 3번 국도(구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지난 95년 경상북도로부터 온천지구로 지정되었고, 이듬해 400여명이 동시에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문경온천(054-572-3333)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온천휴양지로 자리잡은 것은 문경시의 민자유치사업 일환으로 문경종합온천(054-571-2002)이 개장된 뒤부터였다.

문경종합온천의 가장 큰 특징은 복합온천이라는 점. 각기 1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남녀 대욕실 내부에는 지하 900m에서 끌어올린 칼슘·중탄산 온천탕과 지하 750m의 화강암층에서 솟아난다는 알칼리성 온천탕이 들어서 있다. 칼슘·중탄산 온천은 류머티즘, 만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피부염에 좋고 알칼리성 온천은 만성피로와 상처 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노천탕, 맥반석찜질방, 증기사우나, 황토사우나, 한식당과 양식당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경온천에서 새재 방면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문경읍 진안리는 영남 제일의 도예촌(陶藝村)이다. 3번 국도(구 도로)의 길가에는 갖가지 이름의 요(窯)가 늘어서 있는데, 그중 중요무형문화재 제105호 사기장인 김선옥씨가 7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영남요(054-571-0907)를 찾아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전통방식대로 도자기를 만드는 광경도 볼 수 있을뿐더러 옛 멋 그윽한 각종 도자기를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요즘 문경새재는 관광객의 발길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인적 뚝 끊기는 비수기의 평일인데도 새재 길을 오르내리는 외지인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TV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의 오픈세트장이 들어선 덕택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역사유적인 문경새재 길을 걸어볼 수 있다는 점도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난 요인 중 하나다.

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 약 6.5km의 오솔길에서는 생생한 역사와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족히 2시간은 걸어야 하지만, 맑은 물소리와 아름다운 새소리를 벗삼아 소나무 울창한 오솔길을 걷다 보면 그 길이 오히려 짧게만 느껴진다.

◎ 여행정보(지역번호054)

△숙박

문경 온천단지에는 썬모텔(571-0235), 나이스모텔(571-2121), 민민모텔(571-4440)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그리고 문경새재 상가지구에는 문경관광호텔(571-8001)과 관문모텔(571-7777), 새재모텔(571-1818) 등이 있다.

△맛집

문경새재 상가지구의 소문난식당(572-2255)은 묵조밥집으로 유명하다. 뜨끈한 조밥에다 먹기 좋게 채친 도토리묵이나 청포묵과 갖은 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 게 묵조밥이다. 묵과 나물의 구수하고도 담백한 맛이 오래도록 입 안에 맴도는 별미다.

△가는 길

1. 중부고속도로 음성 IC(583번 지방도)→금왕(37번 국도)→괴산(34번 국도)→이화령터널→문경읍

2. 중앙고속도로 예천 IC→예천(34번 국도)→문경시(구 점촌)→문경온천. 문경읍시외버스터미널(571-0343)에서는 문경온천까지 택시 기본요금 거리, 새재(관문)행 완행·시내버스는 1일 18회 운행.

▧ 지리산온천

◇ 게르마늄 온천수에 ‘피로’를 풍덩!

사실 지리산온천을 찾아가기에는 산수유꽃이 앞다투어 피는 3월 말경이 제격이다. 지리산온천이 자리한 구례군 산동면 일대의 산자락과 골짜기마다 샛노란 산수유꽃이 무리지어 피어나면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하지만 지리산 영봉(靈峰)마다 흰 눈이 풍성하게 내려앉은 이맘때쯤의 겨울 풍경 또한 꽃 피는 춘삼월 못지않게 화사하고도 아름답다.

지리산 온천단지는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일대의 55만평 부지에 들어서 있다. 지난 95년 7월에 지리산온천랜드(061-783-2900)가 개장된 이후 널리 알려졌는데, 특히 인체의 면역성과 자연치유 능력을 증대해 준다는 게르마늄이 함유된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지리산 온천단지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리산온천랜드에는 3000여명을 수용하는 대욕탕과 실내수영장, 노천탕, 동굴사우나, 호텔, 식당, 연회장 등의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온천욕과 숙식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만복대, 고리봉 등의 지리산 봉우리와 성삼재, 시암재, 다름재 등의 고갯마루가 한눈에 들어오는 터에 자리잡고 있어 자연풍광도 아주 빼어나다.

지리산 언저리까지 간 김에 지리산 설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천은사, 성삼재를 거쳐 뱀사골이나 정령치로 넘어가는 지리산산악도로는 장중한 산악미를 만끽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이기 때문이다. 특히 순백으로 피어난 눈꽃(雪花)과 상고대가 보석처럼 영롱하게 반짝이는 지리산의 겨울 풍경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장관이다. 더욱이 지리산 온천단지가 발 아래 굽어보이는 성삼재(해발 1090m) 주차장에서 1시간쯤만 걸으면 노고단에 당도하는데, 이곳에 올라서면 노고단, 반야봉, 영신봉, 천왕봉 등으로 이어지는 100여리의 지리산 주릉이 장쾌하게 조망된다. 그러나 눈 내린 겨울철에는 지프형 승용차가 아니면 성삼재까지 올라가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지프형 차도 통행이 불가능할 만큼 적설량이 많은 경우가 다반사다.

눈 많은 날에는 아예 천은사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올 생각으로 길을 나서는 게 좋다. 천은사는 이웃한 화엄사의 명성에 가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대신 아직까지 산사다운 호젓함이 느껴지는 고찰이다. 더욱이 원교 이광사의 물 흐르는 듯한 글씨가 인상적인 일주문 현판과 아미타후불탱화(보물 제924호)가 모셔진 극락보전을 비롯해 유서 깊은 문화재가 적지 않다.

◎ 여행정보(지역번호061)

△숙박

지리산온천랜드호텔(783-2900), 송원리조트(780-8000), 노고단관광온천장(783-0161), 상아파크(783-7770), 제일온천장(783-1001), 지리산각(783-3600), 영빈각(783-2888), 그랜드(783-1011), 알프스(783-3301) 등

△맛집

지리산온천랜드 정문 앞에 있는 지리산2대순두부집(783-0481)이 권할 만하다. 고향 남원에서부터 2대에 걸쳐 두부를 만들어왔다는 주인의 손맛이 남다른데, 국산 콩으로 직접 만든다는 모두부와 순두부의 부드럽고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가는 길

1. 호남고속도로 전주 IC(17번 국도)→남원(19번 국도)→밤재터널→산동면 소재지→지리산온천

2. 남해고속도로 하동 IC(19번 국도)→화개→지리산온천 IC→지리산온천. 구례시외버스터미널(782-3941)에서 하루 20여회, 남원시외버스터미널(063-633-1001)에서 하루 7회 지리산온천행 버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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