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일부장관 자격있나

  • 입력 2002년 2월 4일 19시 03분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에 대한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의 발언은 한마디로 상식 밖의 얘기다. 대북(對北)정책의 주무부서인 통일부장관이 그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정 장관은 3일 KBS TV 토론프로에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가 대남(對南)공격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지만 개전 초기 북한군은 대량의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국방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북한의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전후방에 지하 미사일 기지를 계속 건설하고 있으며 남한 지역을 그 공격 목표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정황은 아무것도 없다. 미사일 수출에 혈안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전 배치도 엄청나게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꾸준히 개발하려는 핵무기도 결국은 그 의도가 단순히 미국과 협상만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북한이 무력 적화통일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상 그들이 개발하고 있는 대량파괴무기는 일차적으로 우리에게 군사적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목적을 갖고 있다. 정 장관의 말처럼 무슨 협상용으로 전시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외화벌이 수단이라고 단정해서는 그야말로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이다. 정 장관의 견해대로라면 우리 군의 존재 의미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 장관의 발언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북-미관계를 고려해 북한을 ‘두둔’하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북한에 대해 핵, 생화학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주장에 ‘물타기’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같은 생각을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하려 든다면 되돌리기 어려운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한미관계가 요즘처럼 뒤틀려졌는가. 모든 게 햇볕정책만 무조건 ‘신봉’한 결과다. 현실을 도외시하고 오직 북한의 눈치만 살피는 데 급급했다. 통일부장관이 지금과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면 대북정책을 담당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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