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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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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인 손길승(孫吉丞) SK회장의 정치자금 관련발언에 대해 정치인들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겠다는 새로운 각오로 정치자금제도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
손 회장의 말을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 정치권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기업에 정치자금을 요구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정치자금이 오고갔으며 현 정권에서는 권력과 벤처가 손잡고 거래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금 하나둘씩 진상이 드러나고 있는 ‘비리게이트’도 결국은 정치자금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과거의 선거관행이 되풀이된다면 올해 선거철을 앞두고 엄청난 규모의 ‘검은 돈’이 뿌려질 것이다. 4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들어갈 돈만 해도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정치인들은 기업인들에게 거액의 돈을 요구할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정경유착’이나 ‘벤처게이트’를 만들어낼 것이다. 또 기업들은 손 회장의 말대로 “우리에게 나쁘게만 하지 말아달라”며 정치인들에게 돈을 바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야는 손 회장의 발언에 대해 ‘당연한 얘기’라며 이구동성으로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당운영과 선거풍토에서는 정치자금의 수요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정치인들의 부당한 정치자금 요구도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처럼 부당한 정치자금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인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정치자금 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과거 정치개혁협상을 벌일 때에도 정치자금에 대한 개혁만은 외면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정치권은 이제 이러한 과거의 행태를 철저히 반성하고 근본적인 정치자금제도의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은 더 이상 부당하게 손을 벌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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