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캡슐]'아벨리노 각막…' 환자는 라식수술 위험

  • 입력 2002년 2월 3일 17시 15분


특정 눈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라식수술을 받을 경우 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세계 처음으로 국내에서 확인됐다.

연세대의대 안과 김응권교수(사진)는 2년 반 전 근시교정을 위해 라식수술을 받은 뒤 오히려 시력이 감소돼 병원을 방문한 김모양(23)의 눈검사 결과 카메라 바깥렌즈에 해당하는 각막 속에 ‘하이알린’이라는 하얀 물질이 끼는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으로 진단했다.

이 질병은 평소에는 ‘잠자는’ 상태로 있어 눈에 이상을 가져오지 않지만 라식수술을 받고나면 시력을 계속 떨어뜨려 방치하면 실명하게 되는 질환.

김교수는 이같은 사실을 밝힌 연구 내용을 미국의 안과 학술지 ‘각막’에 보고했다.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은 이탈리아에서 90년 초에 처음 보고된 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국내에는 3∼4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교수는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은 눈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평생 모르고 지낼 수 있다”면서 “라식 수술을 하면 각막 속 하이알린이 갑자기 많이 생기면서 축적돼 시력이 계속 나빠진다”고 말했다.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으로 시력이 많이 떨어진 환자는 각막이식을 하거나 레이저로 혼탁을 제거해야 한다.

김교수는 “이 병은 유전적인 질환이므로 부모 중 한명이라도 ‘이영양증’ 진단을 받는 경우라면 그 자녀는 라식수술을 하기 전 안과에서 눈검사를 통해 질병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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