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김대중]『공정한 게임 보장땐 이긴다』

  • 입력 1997년 5월 9일 19시 46분


김대중총재
김대중총재
[대선주자 인터뷰/김대중]대담=김차웅부국장대우 정치부장 ―당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제삼후보론」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많지 않다. 검증받지 않은 사람을 제삼후보로 내세우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은 (대통령을 할)완전한 준비가 미리 돼 있는 사람을 시켜야 한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대통령연습을 한다는 것은 곤란하다』 ―국민들 사이에는 김총재가 정계은퇴 약속을 깨고 정계에 복귀한 것과 「대권4수」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당시 정계은퇴 결심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나 李基澤(이기택)민주당총재가 야당을 이끄는 모습을 보고 많은 고민 끝에 복귀를 결심했다. 이에 대한 비판에 변명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국민회의 창당후 그전의 야당이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쨌든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대통령후보로 나서는 일은 유권자인 소비자에게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 내놓는 것과 같다. 김총재라는 상품은 이미 세번이나 소비자들로부터 거부당했다. 이번에 또다시 출마하는 것은 「팔리지 않은 상품」을 또 내놓는 것과 같지 않은가. 『과거 세번의 선거에서는 공정한 심판을 받지 못했다. 지역문제 용공조작 관권개입 금권선거 등 네가지 문제가 장애가 안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번에 공정심판만 보장된다면 승산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공정한 심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인가. 『가능하다고 보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이번에도 당선이 안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웃으며)당선을 바라보고 뛰고 있는 사람이 안될 것을 생각하면 되겠느냐. 일단 나가면 꼭 돼야 하지 않느냐』 ―金賢哲(김현철)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수준에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법에 의해 공정한 처리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봐줘서는 안되며 그렇다고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된다』 ―「김대통령이 하야하는 사태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힌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지. 또 현철씨가 구속되면 김대통령의 하야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대통령이 헌정의 변칙적인 방법으로 물러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남북문제가 위험하고 경제도 좋지않은 국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김현철씨가 구속된다고 해도 대통령에게 도덕적 책임은 모르지만 곧바로 법적인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김대통령의 하야를 반대하는 이유가 김대통령이 하야하면 「3김청산」의 요구가 커질 것을 우려해서라는 지적도 있다. 『사시적으로 보면 한이 없다. 우리에게 정치적으로 너무 많은 충격이 계속돼왔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황장엽씨망명사건, 노동법사태, 한보사태 등등 숨쉴 틈이 없었다. 이에 대해 세계가 어떻게 보느냐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아주 좋지 않다』 ―장남인 金弘一(김홍일)의원이 현직의원인 만큼 김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김현철씨처럼 또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대통령이 된다면 김홍일씨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얘기를 나도 듣고 있으나 어떤 자리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신이 중요하다. 김의원은 지금까지 당운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또 내가 잘되기 위해 자식이 하는 일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김의원이 아버지 때문에 고문을 받아 보행이 불편한 상태고 나이 오십이 되도록 아무 일도 못했는데, 국회의원에 당선될 만한 노력을 했다고 본다』 ―92년 대선자금과 관련, 여당에서는 「여야 모두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웃으며)야당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놔뒀겠느냐. 받지도 않은 「20억원+α」를 갖고 얼마나 괴롭혔는데…』 ―대선자금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김대통령이 대선에서 최소 6천억∼7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의 돈을 썼다고 믿는다. 문서가 없어 모른다고 하지만 대충은 알 수 있다. 국민이 납득할 만큼 사실을 밝혀야 한다. 특히 노태우씨로부터 얼마를 받았고 한보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그후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 후환없이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될 것이다』 ―김총재는 92년에 대선자금으로 얼마나 썼는가. 『선관위에 신고한 2백7억원의 비용에 틀림이 없다. 신고항목에서 제외되는 당운영비나 여타 경비 등으로도 상당히 돈이 들어갔을 것이지만 이는 전혀 문제가 없다. 현재 민주당에 문서가 남아 있으니 숨길 수도 없다』 ―선관위는 현재 김총재가 아태재단 등 4개의 사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슨 돈으로 사조직을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태재단은 사조직이 아니다. 「밝은 세상」도 선전기획을 하는 업체다. 월급을 주는 사람도 몇명 안된다. 그런 정도의 돈은 나도 갖고 있고 주변에서 도와줘 운영하고 있다』 ―12월 대선에서도 큰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그전에야 정치자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차라리 잘 됐다. 상대도 돈을 못쓰고 나도 못쓰면 손해볼 것이 없지 않은가. 제발 돈안쓰는 선거를 치르는 것이 소원이다. 대신 완전공영제가 이뤄져야 한다. 모든 것은 TV토론이나 라디오 등 언론을 통해 대결하고 개인연설회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가 주관하는 합동정견발표회는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한보사건으로 고비용정치구조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돈드는 정치의 주원인인 보스정치 계보정치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3김정치」 「구시대정치」의 청산요구가 거세지고 있는데…. 『3김이 성만 같지 사람까지 같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경력과 입장도 다르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국가를 위해 필요한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세대교체만 해도 그렇다. 나이가 젊다고 해서 잘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전두환씨는 40대, 노태우씨는 50대에 대통령을 했지만 그 사람들이 젊다고 해서 과연 잘했느냐.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철학과 능력, 건강을 가졌느냐가 척도가 돼야 한다』 ―김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국민들 사이에는 같은 「민주투사」인 김총재가 집권해도 별 기대할 것이 없지 않으냐는 시각도 있다. 『민주화투쟁을 했으니 대통령을 시켜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21세기에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갖췄다면 대통령으로 써주는 것이지 과거에 훌륭한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라일을 맡겨서는 안된다고 본다. 나는 김대통령이 민주화투쟁은 열심히 했지만 대통령이 될 준비는 덜 했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요구되는 대통령의 자질과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우선 나라일을 맡을 만한 철학과 정책과 전략 등 종합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 독재정치나 대의정치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는 「참여의 정치」를 할 사람이어야 한다. 셋째는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국민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김대중총재 약력▼ △전남 신안(72세)△목포상고 △경희대대학원 경제학과△하버드대 초청연구원 △모스크바 국립외교대학원 정치학박사 △미국 에모리대 명예법학박사 △목포일보 사장 △제5,6,7,7,13,14대 국회의원(6선)△7대(71년) 13대(87년) 14대(92년)대통령 입후보 △평화민주당 신민당 민주당총재 △국민회의총재 〈정리〓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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