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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17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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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영화▼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은 1993년 내전중인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파견된 미군 특수 부대의 작전을 담은 작품이다. 기자 출신의 작가 마크 보우든이 이 작전에 참가한 군인들을 인터뷰해 99년 출간한 동명의 논픽션이 원작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베트남전 뒤 가장 참혹하게 실패한 군사 작전의 하나를 할리우드가 영화로 만든 것.
2002 아카데미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 지난해말 서둘러 미국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미국의 악몽을 위대한 영화로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블랙…’은 초반의 느린 흐름이 아쉽지만 전쟁 영화를 싫어하더라도 그 생생함과 충격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영화는 소말리아의 군벌 지도자를 체포하기 위해 작전에 나섰다가 도시의 곳곳에서 고립된 특수부대원의 생존을 위한 싸움을 담았다. 미군은 최첨단 헬리콥터 ‘블랙 호크’를 타고 작전에 돌입하지만 군벌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치면서 ‘블랙호크’는 잇따라 추락한다.
‘블랙 호크’는 소말리아 군벌이 대항할 엄두도 못낼 만큼 뛰어난 성능을 갖춘 헬기로 곧 미국의 파워.
그러나 이 헬기가 추락했다. ‘블랙 호크 다운’은 미국의 ‘다운’인 셈.

▼영화속의 전쟁▼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2시간20분의 상영시간 중 1시간20여분에 이르는 전투 장면. 마우스로 조종되는 게임처럼 현대 전쟁의 단면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160톤의 기중기를 이용한 고공 촬영과 실제 전투에서 사용된 최첨단 무기들이 동원된 전투 신은 극장을 단숨에 전쟁터로 바꾼다.
영화는 현란한 전투 신을 중심으로 “단 한명의 전우도 적진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특수부대의 원칙처럼 생과 사가 엇갈리는 사선에서 피어나는 전우애를 그려냈다. 하지만 특정 인물이 의도적으로 부각되는 미국식 영웅만들기와는 거리가 멀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 ‘물랑 루즈’의 이완 맥그리거, ‘진주만’의 조쉬 하트넷과 톰 시즈모어 등 낯익은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주인공으로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을만큼 집단 속에 묻혀 있다. 스콧 감독이 영화 속에 담은 전쟁은 평범한 인간이 영웅이 되는 마당이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떨리고, 두렵고, 무섭다는 것이다. 영화는 생존 확률이 낮아져가는 전장터의 병사들을 통해 공포와 삶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비춘다.
▼영화 밖으로▼
“내 작품은 반전 영화”라는 스콧 감독의 주장에 대다수 관객이 공감할 지는 의문이다. 이 작품은 타의로 인해 전쟁터로 바꾼 땅에서 살아야 하는 소말리아 주민의 분노와 슬픔을 부분적으로 담았지만 그것을 보는 ‘눈의 주인공’은 9500만달러(약1235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할리우드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총성이 멈춘 뒤 자막을 통해 알리는 사실은 ‘자본의 아이러니’를 더욱 느끼게 한다. 영화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른 것으로 묘사된 미군은 18명이 죽은 반면 소말리아 쪽의사망자는 500여명이었다. 15세 이상 관람가. 2월1일 개봉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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