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혈연을 뛰어넘은 깊고 큰 사랑 '어머니와 아들'

  • 입력 2002년 1월 11일 17시 30분


◆ '어머니와 아들'/마리안네 프레드릭쏜 지음/516쪽 1만5000원 종문화사

3대에 걸친 어머니와 딸들의 이야기를 나직하게 들려줬던 ‘한나의 딸들’로 국내 독자에게 친숙한 스웨덴 작가 마리안네 프레드릭쏜의 대표작.

무대는 독일 나치의 발톱이 유럽을 할퀴던 시절, 스웨덴의 작은 항구도시. 태어난지 3일된 유대인 아이 시몬이 주인공이다. 자애로운 양모 카린은 시몬과 나치에게 성추행 당한 악몽에서 고통받는 그의 친구 이삭을 함께 키운다. 친자식이 아닌 두 아이를 성심껏 돌보며 이들이 겪는 성장의 고통을 묵묵히 눈물로 바라본다.

한없는 사랑으로 이들을 지켜주는 카린은 ‘어머니를 넘어서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나는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그녀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진짜 모자지간 못지않게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를 이루려고 무던히도 애쓴다.

‘한나의 딸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격정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대신 풍부한 감성이 드러나는 감각적인 문체가 일상적인 가족사를 의미있는 사건으로 변화시킨다.

이들이 보여주는 애틋한 사연을 통해 작가는 피를 나누지 않아도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혈연을 넘어서서는 깊은 큰 사랑의 경지가 있음을 다소곳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아무리 모진 시련도 사랑으로 견뎌낼 수 있다는 전통적인 메시지에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희망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독일문화원 번역지원금 대상작. 공경희 옮김, 원제 ‘Simon och Ekarna’(1995).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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