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습만화를 중심으로 한 기획만화 분야에서 말이다. 그동안 학습만화는 잡지에 연재를 하지 못하는 신인들이나 학습만화 전문 작가들의 몫으로 여겨졌다. 학습만화는 만화시장의 변방에 있었고, 거대 만화출판사와 유명 작가들은 학습만화를 만화의 마이너리그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학습만화의 성공 요인은 주류 만화가 포기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주류 만화가 중학생 이상 청소년들을 독자층으로 삼으면서 전통적인 만화의 지지층인 어린이를 포기했다면, 학습만화는 만화의 든든한 후원자인 어린이를 주독자층으로 삼았다. 만화잡지와 만화출판사의 만화가 서점에서 구입할 수 없었던 데 비해 학습만화는 동네의 작은 서점에까지 비치되어 독자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났다.
주류 만화가 잃어버린 시장을 접수한 2001년의 최고의 승리자는 만화로 만들어진 그리스·로마신화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가나출판·홍은영)는 50만부를 돌파하며 신기록을 갱신 중이고, ‘만화 그리스 신화’(황금가지·사토나카 마치코)도 1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신화 붐은 연말까지 이어져 이탈리아판 ‘만화로 보는 위대한 그리스 신화’(문학수첩·루치아노 데 크레센초)가 출판되었다. 이들 그리스·로마 신화의 인기는 2002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다양한 신화관련 만화로 파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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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기획에 바탕한 학습물들도 눈에 띈다. 역사학자인 이이화의 원작을 24권의 만화로 옮길 예정인 ‘만화 한국사 이야기’, 과학사와 신문이라는 형식을 결합시킨 ‘만화 과학사 신문’(백상현 글·김지훈, 신성식 그림)이 대표적이다. 기존 만화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엄청난 광고를 앞세운 이문열, 이희재의 ‘만화 삼국지’ 역시 후속작의 출간이 계속될 것이다.
학습만화를 제외한 일반 출판사의 만화 출판도 늘어날 것이다. 일반 출판사들은 마케팅할만한 만화를 골라내는 기법을 터득했다는 느낌이다. ‘광수생각’의 성공은 2001년도에 이우일의 ‘우일우화’, 권윤주의 ‘스노우캣의 혼자 놀기’, 홍승우의 ‘다운이에게 동생이 생겼어요’의 출판을 끌어냈다.
2002년에는 더 좋은 작품들이 기획, 출판될 것이다. 더불어 2001년도 한 해 동안 고전한 만화 출판사들은 일본만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잡지를 새롭게 창간하거나 재창간하면서 활로를 찾을 것이다. 현재 2002년도에 제일 먼저 선 보일 잡지는 20대를 겨냥한 만화잡지 ‘웁스’다. 이들 새롭게 준비되는 잡지에서 시장의 활로를 열어간다면 2002년도 한국 출판만화는 다양성 속에서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박인하(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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