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홍명보 "중앙수비수로 마지막 불꽃"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7시 59분


홍명보
97년 일본으로 떠난 후 4년반 만에 고국팀 포항 스틸러스로 되돌아온 홍명보(32).

26일 귀국 직후 가진 전화 통화에서 그는 “부상으로 그간 뛸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선수가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라며 최근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 세대교체 논란에 대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말했다.

“제가 내년 월드컵에 못 나간다 하더라도 10여년간 대표팀에 공헌했던 게 물거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못 하는 건 못하는 것이고 이제까지 한 것은 정확히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홍명보의 음성엔 짙은 아쉬움이 절절히 묻어났다.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국제 경기에 데뷔한 것은 90년 1월 몰타에서 열린 4개국친선축구대회 노르웨이전. 이후 그는 만 12년간 ‘아시아 최고의 리베로’로 명성을 떨치며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어왔다.

축구 선수로서는 ‘황혼기’라 할 30대를 넘기고도 탄탄대로를 걷던 그에게 첫 시련이 찾아온 것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와일드카드로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었지만 오른쪽 장딴지 부상에 덜미를 잡혀 벤치를 지켜야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 들어서도 그는 변함 없는 한국의 수비 사령탑이었다. 하지만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때부터 송종국 유상철 등 스피드와 체력을 앞세운 후배들의 강력한 도전에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8월 오른쪽 정강이뼈 피로골절로 치명타를 입었다.

그가 없이도 한국 수비가 안정되자 이제 그를 미드필더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미드필더는 해 본 포지션이 아니라 아무래도 어색해요.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중앙 수비수로서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그는 최근 미국 병원에서 훈련을 재개해도 된다는 판정을 받았고 몸 만들기에 나섰다. 내년 월드컵 무대에서도 그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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