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결혼 급증…경기회복 영향 분석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4시 11분


지난 9일 결혼한 회사원 김모씨(32·서울 성동구 행당동)는 원래 지난해 말에 예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결혼자금 대출이 부담스러웠고 신부의 직장에서 감원 소문마저 있어 결국 결혼을 미뤘었다.

김씨는 “결혼하면 아내가 직장을 그만둬야할지 모르는 데다 융자 없이 결혼하고 싶어 부모님을 설득했다” 고 말했다.

비수기라는 통념을 깨고 겨울 결혼이 크게 늘고 있다. 이를 두고 최근 몇 년간 불경기로 결혼하는 이들이 줄었다가 최근 경기가 풀리면서 결혼이 는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만혼(晩婚)과 독신자의 급증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최근 몇 년간의 혼인 감소폭이 이상할 정도로 컸기 때문.

▽겨울 결혼 크게 늘었다= 다이어몬드 등 예물전문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골든듀에 따르면 지난 11월에 예물을 구입한 예비 신랑신부들이 지난해 11월에 비해 39.3%(65쌍)나 늘었다. 늦어도 결혼식 한달 전에 예물을 구입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12월 결혼이 그만큼 는 것이다.

이 업체 김두환(金斗煥)백화점 영업팀장은 “이 정도로 겨울 결혼이 는 적이 없다” 며 “불황의 끝이 보이면서 늘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예식장 업계도 때아닌 특수에 희색이 만연하다. 서울시내 한 유명 예식장의 12월 결혼식 현황은 모두 42건. 지난해 같은 달 30건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데다 올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또다른 예식장업주 김모씨 역시 “지난해 12월 예식건수는 35건이었으나 올해는 48건으로 크게 늘었다” 며 “10여년 예식장을 운영했으나 겨울철에 느는 것은 처음” 이라고 말했다.

결혼준비 전문업체인 메리즈 웨딩컨설팅은 12월에 결혼하는 이들이 10, 11월 최대 성수기의 90% 수준에 이른다고 밝혔다. 12월이 봄철 결혼성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왜 이럴까= 95년 이후 결혼하는 커플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 이를 두고 통계청에서도 해석에 많은 논란이 있다. 통계청 인구분석과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의 혼인 감소가 IMF 등 경기 침체의 영향인지 혹은 독신의 증가인지 등에 대해 논란이 많다” “며 “올 들어서도 8월까지 혼인이 줄다가 그 뒤 늘었다면 경기 회복의 영향일 개연성이 크다” 고 말했다.

지난 5월이 손 있는 달로 결혼을 꺼리는 윤달이었기 때문에 결혼이 늦춰졌고 이게 이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메리즈의 정동인(鄭東仁)컨설팅실장은 “결혼식 비용이 싸 겨울 결혼은 장점이 많다” 며 “요즘 야외촬영도 생략하는 추세인만큼 겨울결혼은 신세대 취향에 맞는다” 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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