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일산의 허파’ 고봉산을 살려주세요

  • 입력 2001년 12월 25일 17시 36분


주택공사가 경기 고양시 일산구 풍동 고봉산 일대에 택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일산신도시의 허파’인 이 산을 보존해야 한다며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현재 대규모 반대 집회를 준비중이며 관련 실시설계안에 대한 심의를 하고 있는 경기도를 26일 방문해 임창열(林昌烈) 지사에게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해발 208m인 고봉산은 일산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비교적 산림이 잘 가꾸어져 있어 반딧불이와 다람쥐 등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곳곳에 습지가 있어 생태 환경이 좋은 곳이다.

주택공사는 고봉산 자락을 포함해 이 일대 25만평을 택지로 개발해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주민 반발〓시민단체가 지난해부터 벌여온 개발 반대 운동이 최근 고봉산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더욱 강하게 펼쳐지고 있다. 고봉산 인근 주민들은 최근 ‘고봉산 살리기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에는 일산신도시에 거주하는 변호사와 기업인, 언론인, 교수 등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고봉산이 일산에서 유일하게 자연 정화능력을 갖춘 녹지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일산신도시 장항 인터체인지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경기도청 앞에서도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올 가을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 고봉산에는 천연기념물 322호인 애반딧불이와 환경부 지정 보호동물인 물장군 등을 비롯해 게아재비, 물자라, 붕어마름, 검정말 등 수생 동식물 6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환경운동연합 김성호 상임의장(44)은 “‘생태의 보고(寶庫)’를 없애고 아파트 등을 조성하려는 계획에 반대한다”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공사 계획 및 입장〓주택공사는 고봉산 일대를 ‘일산 2지구’로 정해 99년 12월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했다. 사업은 내년부터 시작, 2006년경 마무리돼 6300여가구 2만여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고봉산의 약 70m 높이까지 아파트가 들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의 행정 절차는 모두 끝난 상태이며 경기도의 최종 실시설계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실시설계 승인이 나면 착공이 가능해진다.

주택공사는 “당초 27만평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시민단체 등이 반발함에 따라 2만6000여평의 고봉산 자락을 개발 대상지에서 제외해 생태보전지역으로 남겼다”며 “생태계 보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망〓법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경기도가 실시설계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승인을 앞두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주민들의 생태보전 요구가 사업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업의 전면 백지화는 현 단계에서 쉽지 않아 일단 사업은 승인하되 사업 범위 내에서 환경보전 대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업이 전면 백지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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