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류재갑/첨단무기가 한반도 전쟁 막는다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57분


전쟁사적으로 볼 때 21세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전쟁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그 하나는 전쟁 주체 면에서 볼 때 국가를 단위로 하는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고 여러 종족간, 종교간, 인종간, 그리고 배타적인 이기적 집단 간의 정체성(正體性)에 근거한 폭력이 증대되고 있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전쟁 양상(작전 방식) 면에서 볼 때 5차원전쟁(cyberwarfare)시대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5차원 전쟁의 특징은 화력의 파괴성과 정확성, 기동 및 정보의 신속성 및 동시성 등 전장의 자동화, 극소수의 전사 집단에 의한 초테러리즘적인 전쟁 등이다. 즉 교전 주체가 모호한 ‘보이지 않는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다. 9·11 테러사태와 미국의 대테러작전은 이런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미국의 대테러전은 전쟁 차원에서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운 전쟁이지만, 작전 차원에서 볼 때는 최신형 첨단 무기의 실험장이기도 했다. 아프간에서 미국이 사용했거나 사용했을 것으로 보도된 첨단 무기와 장비 중에는 정확성이 더 높아진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BIB랜서 신형 대륙횡단 전략폭격기, B2 스피리트 스텔스기(보이지 않는 폭격기), B52 스트래토 포트리스 대륙횡단 항공기 등이 있다. 걸프전에서 사용되었다가 개량화된 파이어니어기(스팅어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음)와 신형 ‘프레데터’ 무인 정찰기(작전 반경 740㎞ 전천후 임무 수행)도 동원되었다. 프레데터기는 6000m이상의 중고도 장기 체공 무인 항공기이다.

이밖에도 고공비행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기, 4대의 탱크를 미사일로 동시에 파괴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 UAV, 동굴과 벙커 등을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하는 공대지 미사일 AGM65 매버릭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헬멧에 투시경을 장착한 첨단 개인 장구인 랜드 워리어, 정밀 비행으로 202개의 소형 폭탄을 비산시켜 강한 콘크리트 참호 파괴를 가능케 한 CBU87 등 스마트 폭탄과 JDAM 폭탄, 주둔지 경계용 초저주파 무기와 고섬광탄, 비행 오차와 풍향 풍속의 영향을 극복한 살상 레이저 광선 등도 실험되었다고 보도되었다. 이들 첨단 무기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상당히 위협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상대방 지역의 모든 표적을 탐지 식별하고 파괴하는 무인 정찰기와 정밀 미사일, 그리고 견고한 동굴파괴용 폭탄의 실전화는 그 의의가 크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과 협박 책략을 억제하는 중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과 야포, 화학 생물학무기, 기습 가능한 전폭기, 강력하게 준비된 중장거리 야포 동굴진지는 최대의 위협 대상이다. 이제 이런 표적들을 제압하는 것이 현실화된다면 북한의 무모한 도발 위협을 억제하기 용이해질 것이다. 범세계적인 무기 확산 시대에는 어느 나라도 첨단 무기를 보유할 수 있음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류재갑(겨기대 통일안보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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