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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1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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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부채가 많거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큰 정유 항공 해운업계 등은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하자 환차손(換差損) 피해를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원화 약세가 엔화 약세와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수출확대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은 또 그동안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가 환율 상승과 맞물려 하락세로 돌아서자 내년 초 증시에서의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했다.
원유를 달러로 사들이는 정유사들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원가상승 압박을 받아 채산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SK 관계자는 “달러표시 부채가 모두 100억달러이고 이 가운데 3∼5개월짜리 단기부채는 30억달러 정도”라며 “올해 초 달러당 1260원이었던 환율이 연말에 1300원으로 마감되면 장부상으로 40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고 걱정했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도입에 따른 외화 부채가 대한항공 23억달러, 아시아나항공은 10억달러 수준이어서 원화환율이 1원 오를 때마다 각각 23억원과 10억원의 순(純)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대한항공측은 “올해 초 28억달러였던 외화부채를 노후 항공기의 매각 등을 통해 줄여 그나마 다행”이라며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담팀을 구성해 환율 변동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수출업체들은 연말에 환율이 급변함에 따라 내년 수출제품의 가격과 계약 시점 등에 대한 바이어들과의 협상에 혼선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달러 강세, 엔화 약세’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달러 결제대금을 조기에 상환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엔화가치가 10% 떨어지면 미국시장에서 TV VTR 등의 고객이 일본 제품으로 옮겨가는 사태가 빚어질 뻔했는데 이번 환율 상승으로 시장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안도했다. 한편 삼성 LG 등 주요 그룹들은 엔화 약세와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진 점을 감안해 내년 경영계획의 근거가 되는 각종 경제지표 전망치를 서둘러 수정하고 있다. 삼성은 21일 내년도 평균 원-달러환율 전망치를 종전 달러당 1230원에서 1260원으로 높여 잡았다. 또 달러당 엔화환율이 내년에 한때 135엔까지 상승(엔화가치는 하락)하겠지만 연 평균으로는 125∼130엔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각 사가 경영계획을 다시 짤지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박원재·김광현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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