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이야기]스캔들은 이제 그만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7시 18분


성경의 고린도전서를 보면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는데 우리는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라는 구절이 있다.

예수의 제자 바울이 한 이 말은 “초능력의 구세주를 기다리는 유대인들에게 무력하게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를 구세주라고 하니 거리낄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거리끼는 것’으로 옮겨진 말의 원어는 헬라어 ‘스칸달론(skandalon)’이다. 영어의 ‘스캔들(scandal)’은 바로 이 단어에서 유래됐고 현대로 넘어오면서 ‘염문(艶聞)’이나 ‘추문(醜聞)’이라는 뜻으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

연예인 정치인 금융인의 집합 장소인 여의도는 올해 이 스캔들 때문에 일년 내내 시끄러웠다. 연예인들의 열애설은 그렇다치고 일부 연예인의 섹스스캔들, 마약스캔들 등이 다른 어떤 해보다 극성을 부렸다. 정치와 증권 쪽도 마찬가지.

‘모 정치인의 정치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됐다더라’든지 ‘정계의 모 유력 인사가 모 벤처기업의 뒤를 봐주고 있다더라’는 식의 소문이었다.

연예인이건 정치인이건 스캔들이 터지면 공통된 경로를 따른다. 당사자들이 한결같이 부인을 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른 뒤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않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래서 ‘부인하는 강도는 사실일 가능성과 비례한다’는 지적도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스캔들 수준에 머물러있던 ‘진승현 게이트’가 최근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실로 판명될 가능성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반응과 함께 이번에야 말로 ‘몸통’이 드러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다시 ‘깃털’만 만지작거리다 수사가 끝나버리면 비슷한 스캔들은 반복될 것이다. 연예인들의 스캔들이야 개인적인 일이니까 일반인들은 잠깐 놀라고 말 뿐 특별한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승현 게이트’같은 주가조작을 동반한 비리성 스캔들은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재발해서는 안되는 스캔들이다.

1988년 일본 수상을 비롯한 정계 거물급 인사들이 미공개된 회사 주식을 불법으로 양도받아 거액을 챙긴 사건이 있었다. 그 유명한 ‘리크루트 스캔들’이다. 당시 수사를 벌였던 도쿄 지방검찰청은 이듬해 리크루트의 전회장, 문교부 차관, 노동부 차관, 국회의원을 기소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우리도 이제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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