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전쟁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윤리21'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8시 29분


◇ 윤리21/가라타니 고진 지음 송태욱 옮김/223쪽 8800원 사회평론

작년 봄 일본에서 발간돼 식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고진의 21세기 윤리론이 번역돼 나왔다.

“수년 전부터 나는 전쟁책임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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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에게 원죄처럼 잠재해 있는 전쟁책임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된 고진의 성찰적 사유는 ‘책임’ 자체에 대한 문제로, 그리고 윤리란 무엇인가의 문제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칸트를 만나 도덕과 윤리를 구분한다. 도덕은 특정한 공동체의 규범이라는 의미로 이해되는 데 비해, 윤리는 공동체의 이익과 규범을 넘어선 인간의 본질적 의무로 연결된다. 여기에는 ‘자유’를 핵심으로 하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지향하는 고진의 의식이 담겨 있다.

나아가 그는 칸트의 도덕론과 마르크스의 경제론이 결합될 때만 인간의 삶 속에서 이들의 생각이 현실성을 가질 수 있음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구절로 이 책을 끝맺는다.

“칸트의 말을 비틀어 말하면 경제적 기반을 갖지 않은 코뮤니즘은 공허하고 도덕적 기반을 갖지 않은 코뮤니즘은 맹목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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