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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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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단일 혈통이 아니다’ ‘삼국통일은 허구다’ ‘조광조는 속도조절에 실패한 이상주의자다’….
올해 본보에 연재돼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신복룡 교수(건국대)의 역사 에세이 모음집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있던 역사상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시각을 담아 본보나 집필자나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역사 비뚜루 보기’를 시작한 작가의 변부터 들어보자.
‘나는 역사의 패배자에 대한 연민을 강하게 갖고 있다. 역사가를 배출하지 못한 계급은 공적에 관계없이 역사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이 안타까운 현실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이 묘청이든 신숙주든 원균이든 힘없는 소작농이든간에 역사의 패배자에 대한 변론을 해주는 것이 배운 값을 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저자는 어린시절 국사 시간에 원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원씨성 가진 친구들이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것을 보면서 연민을 느꼈다고 한다. 그들을 웅변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연구작업은 많은 저항을 불러 일으켰고 필자에게도 힘든 싸움이었다.
이번 연재때도 마찬가지였다. 왕건의 훈요십조에 나타난 호남기피는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가 “전라도 놈이냐”는 항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고 개화파 김옥균은 ‘그릇에 넘치게 물을 담은 경우’라고 했다가 “이 시대를 빗댄 말이냐. 다시는 그런 글을 쓰지마라”는 충고도 들었다고 한다.
물론 지지와 성원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당쟁은 식민사학의 희생양이었다’ ‘구한말 망국의 책임을 내부요인에서 찾지 않는 안이한 역사학계는 반성해야 한다’등이 반향이 컸다고 한다.
신교수의 주장은 파격적이다. 수능시험을 앞둔 고 3생이 “선생님 말씀대로 답을 쓰면 틀리는데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물어올 정도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한 사람의 독자로서 기자가 느꼈던 소회는 ‘역사가 어차피 힘을 가졌던 사람 입장에서 쓰여진다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한번 귀기울여볼 만 하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고정관념과 선입견에서 자유로워짐을 느꼈기 때문이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