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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5일 2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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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LG 세이커스의 조성원(30·1m80)과 조우현(25·1m90)이 바로 이런 관계다. 나란히 지난 시즌 직전 LG로 이적해와 해결사 역할인 슈터 포지션을 맡고 있는 까닭에 둘의 관계는 미묘하다. 드러내놓고 내색은 할 수 없지만 상대가 잘못해야 자기가 코트에 나설 수 있는 까닭이다.
기량?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는 조성원이 약간 앞서긴 하지만 실제론 막상막하다. 조성원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고 조우현은 차세대 MVP를 뜻하는 기량발전상(MIP)을 받았다.
만일 이런 경쟁관계에 있는 라이벌이 협력한다면 팀 전력은 강해질까, 약해질까? 함께 코트에 나서는 경우도 별로 없지만 분업화가 철저한 농구에서 해답은 ‘글쎄’다.
5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1∼2002 애니콜 프로농구 LG와 모비스 오토몬스의 경기. 라이벌 슈터 조성원과 조우현의 사이좋은 협력작전으로 LG가 95-86으로 승리, 공동 4위로 도약했다.
마치 두 슈터가 힘을 합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고 시위하는 듯했다.
4쿼터 2분경. 3쿼터 중반 11점이나 앞서 있었던 LG는 모비스 용병콤비에게 야금야금 점수를 내주더니 급기야 68-67로 1점차까지 추격을 당했다.
이때 김태환 감독은 장신 송영진(1m98)을 빼고 슈터 2명을 동시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전까지 서로 교대로 코트와 벤치를 들락거리다 이때서야 비로소 함께 선 조성원과 조우현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펄펄 날기 시작했다.
종료 8분6초 전 슛찬스를 잡은 조우현이 코트 오른쪽 45도 방향에 역시 자리잡고 있던 조성원에게 상대 허를 찌르는 어시스트를 던져줬고 조성원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그물을 갈랐다.
불과 29초 뒤 조성원에게도 보은의 기회가 왔다. 조우현은 코트 중앙에서 조성원이 날카롭게 찔러준 어시스트를 받아 역시 림을 통과시켰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식으로 3점슛 두 방이 들어가니 점수는 74-67로 다시 벌어졌고 노심초사하던 김 감독은 승리를 확신한 듯 박수를 쳤다.
‘무모한 도박’이 성공했으니 김 감독으로서야 신이 날 만도 했다.
<창원〓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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