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승현 정치자금 뿌리 캐라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9시 13분


검찰은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와 관련한 정치자금 의혹을 전면적으로 수사해 밝혀야 한다. 공정하고도 엄격하게 수사해 그 실체를 분명하게 가려내야 한다. 검찰은 진씨가 지난해 4월 총선 무렵 정치인들에게 돈을 뿌린 사실을 부분적으로 밝히면서도 ‘수사한다, 안 한다, 말할 수 없다’는 선문답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옳은 태도가 아니며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자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진씨가 지난해 총선 무렵 여야 의원 10여명에게 선거자금을 주었다는 보도, 그러한 자금 살포에 엄익준(嚴翼駿·작고)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개입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진씨는 그 선거 무렵 목포까지 내려가서 민주당의 김홍일(金弘一) 의원을 만나 돈을 주려 했으나 김 의원이 거절한 사실까지 확인되고 있다. 진씨가 민주당의 김방림(金芳林) 의원에게 김재환(金在桓) 전 MCI코리아 회장을 통해 5000만원을 전달했는지도 지금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이 애매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진씨는 1000억원대의 돈을 단시간에 번 젊은 사업가이기에 정치권의 보호막이 필요했으리라는 추측이 있고, 그래서 국민은 진씨가 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지금도 ‘수사 미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그런 판에 정치권이 연루되어 있다는 증빙과 단서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미적거리면 그 덤터기는 검찰이 덮어쓰고 말 것이다.

정치권도 검찰의 수사를 견제하거나 방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정당에서 ‘비리 척결을 위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명예를 걸고 끝까지 파헤쳐 진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반응도 있다. 그러나 야당 일각에선 “검찰이 국면 전환을 위해 물타기 하려는 계산 아니냐” 혹은 “지금 와서 진승현 리스트 운운하는 저의가 뭐냐”면서 수사를 꺼리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있는 것은 있는 대로, 없는 것은 없는 대로 만천하에 공개하고 의혹을 씻어버리는 것이 이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전면적인 수사를 회피할 수 없는 시점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풀지 못한 진씨의 로비자금 12억5000만원의 향방을 가리는 데 국한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 가운데 누가 그의 돈을 받았는지, 그것이 법 위반인지 아닌지를 딱 부러지게 수사해야 한다. 야당도 ‘희석용’이니 하며 비아냥댈 일이 아니다. 투명한 정치 구현 차원에서 수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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