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퀴리부인 되는길 활짝 열어드려요”…WISE사업단 프로그램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31분


이혜민양과 멘토인 배제대 유순애 교수.
이혜민양과 멘토인 배제대 유순애 교수.
올해 수능을 본 이혜민(18·대전 과학고 3년) 양의 꿈은 과학자다.

여성으로서 과학자와 결혼생활의 어려움에 고민하던 이 양은 자신의 ‘멘토’인 배재대의 유순애 교수(여·생명과학부)를 만나면서 고민을 말끔히 해결했다.

유 교수는 남편을 유학보내고 애를 키우면서 6명의 시동생을 돌본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이 양을 격려했다. 유 교수는 지금도 이 양에게 공부에 대한 조언은 물론 국제 학술심포지엄에도 데려가 과학도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

와이즈(WISE·Women Into Science and Technology) 사업 연구단이 17일 이화여대에서 첫 워크숍을 열고 선배 여성과학자들이 직접 ‘한국의 퀴리부인’을 키우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시작했다.

멘토는 오딧세이가 자신의 아들을 멘토라는 사람에게 맡긴 일화에서 나온 말로 ‘신참자를 이끌어 주는 상급자’란 뜻이다. 벌써 170여명의 중·고·대학생들이 이 사업에 신청했고, 멘토가 될 여성 과학자들도 포항공대 최영주 교수(수학과) 등 100여명에 달한다. 모두 200쌍이 목표다. 이 사업에 참가하면 여학생들은 자신의 멘토와 일주일에 한번씩 인터넷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과학탐구 프로젝트도 함께 수행한다. 1년에 한두 번 학회나 세미나에 직접 참가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어 궁금하기만 한 과학자의 길을 엿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여학생들을 미래의 과학자로 키우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미국은 퍼듀공대를 비롯해 뉴욕주립대, 럿거스대, 캘리포니아대 등 여러 대학에서 직접 여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도 84년부터 여성 과학자들이 정기적으로 자기 지역의 초·중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만나는 ‘와이즈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공대 여학생의 비율이 7%에서 15%로 두 배나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와이즈 사업 연구단장인 이화여대 이혜숙(수학과) 교수는 “선배들이 과학자의 길을 꿈꾸는 여학생들에게 바람직한 역할 모델이 될 것”이라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여성 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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