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31살 전주원 부활의 날개짓

  • 입력 2001년 11월 5일 19시 12분


지난 2001 여름리그 도중 뜻밖의 무릎부상으로 리그 도중 시즌을 접어야했던 전주원이 화려한 재기의 날개짓을 폈다. 일본의 나고야 아구이 재활센터에서 수술을 받은 전주원은 지난 달 19일 귀국, 재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무릎 수술과 소속팀 현대의 해체설까지.. 많이 침체됐을 법 하지만, 전주원은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하나하나 얘기했다.

▽2001 여름리그, 그리고 부상

지난 2001 여름리그는 전주원에게 그다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못하다. 리그 중반 그녀는 연달은 부상으로 본의 아니게 코트를 떠나야만 했다. 지난 8월 1일 한빛은행 전에서 그녀는 속공 레이업을 시도하던 중 상대방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착지 도중 오른쪽 무릎의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이는 선수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

당시 전주원은 들것에 실려나가면서 눈물을 억제하지 못하고, 울고 또 울었다. 경기를 지켜보던팬들은 전주원의 모습에 당황했다. 그보다 나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후배들을 다독거렸던 그녀였기에.전주원은 단순히 무릎 때문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너무도 화가 났다고 한다.

사실, 그녀는 전날 경기에서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입었었다. 그것을 감수하며 출장을 강행했는데 뜻밖의 부상이었다. 선수로서 자격이 없다는 생각 뿐이었다. 현대는 정덕화 감독의 수비농구 돌풍과 특급 용병 샌포드의 활약으로 팀의 첫 우승을 넘보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승세의 팀에 전주원의 부상은 차가운 얼음물을 끼 얹는 거나 같았다. 현대가 신세계와의 최종 결승전에서 4쿼터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을 때, 농구관계자와 팬들은 한결같이 '전주원이 있었더라면~' 이라는 말을 되뇌였다.

정덕화 감독 역시 "전주원이 없는 게 아쉬웠다. 팀을 안정되게 리딩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었다"라며 섭섭함을 표했다. 팀의 기둥으로, 플레잉 코치로 "팀이 우승하는게 숙원이다" 라고 말하는 전주원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부상 이후 일본에서 줄곧 재활을 하던 그녀는 지난 달 19일 입국했다. 오랜만에 찾은 숙소, 그러나 모든 것이 바뀌어져 있었다. 전보다 좁아진 숙소, 열악한 운동 환경, 준우승으로 인해 다소 기운을 잃은 듯한 선수들까지 모든 게 낯설었다. 예전의 현대가 아닌 것 같았다. 마치 오래 전 고향을 떠나와서 오랜만에 갔을 때의 어색한 느낌.

하지만 마냥 침울해 있을 수 만은 없었다. 팀의 맏언니로서 그녀가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요즘 근황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아주 좋다고 말한다. 다소나마 울적한 대답이 나올까 걱정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런 느낌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숙소가 전보다 작아졌지만 수지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래요. 57평이나 되는데 숙소로는 좀 작지만 깔끔하고 정갈한게 제 집 같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현 숙소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다. 그녀이기에 나올 수 있는 그녀만의 대답이 아닐까?

일본에서의 복귀 후 그녀는 줄곧 재활훈련에 매달려 왔다. 그녀가 재활 훈련을 했던 일본 아구이 스포츠센터의 재활치료프로그램은 매우 권위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재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 있어서 조그마한 타협도 허용치 않는다. 한번 계획이 짜여지면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

그런 프로그램으로도 현재 전주원 선수의 몸 상태는 아직 완전치 못하다. 그만큼 그녀의 부상 상태가 심했다. 팀 전술 훈련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하고 런닝과 슈팅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도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30세라는 나이에 선수 생명을 위협받는다는 십자 인대 부상, 다른 선수 같으면 한번쯤 은퇴를 생각해 봤음직 하다. 11년간의 농구 생활을 해오면서 왠만치 이룰 것은 다 이뤘을 텐데 무엇이 그렇게 그녀를 코트로 불렀을까?

"이렇게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닌 부상으로 은퇴하는 게 싫었어요. 팀이 어려운 가운데 있는데 은퇴한다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우승을 한번 하는게 제 목표에요. 이번 여름리그를 통해서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향상된 것 같아서 올 겨울리그에는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녀는 요즘 선수들의 분위기가 매우 좋아졌다고 말한다. 팀의 기둥인 자신이 돌아와서 좋아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서 그녀만의 자신만만한 여유가 느껴진다.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여유가...

▽나의 든든한 후원자 남편과 어시스트

전주원 선수의 남편인 정영렬 씨는 현재 미국 유학중이다. 결혼 후 본의 아니게 별거(?)를 하게 된 두 사람은 그러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누구 못지 않다고 자랑한다. 여름리그에서 전주원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도 남편인 정영렬 씨는 그저 아무 말 없이 '괜찮냐?'는 한 마디만 전했다. 걱정이 안 되서가 아니라 부상으로 인해 힘들었을 아내를 위해 일부러 하고 싶은 말들을 참았다고 한다. 전주원은 이런 남편에 대해 항상 미안해하며 언젠가는 제대로 된 아내 노릇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전주원에게는 남편 말고 또다른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다. 바로 그녀의 개인 팬클럽인 어시스트 멤버들. 프로 이전부터 여자농구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전주원은 '누나 부대'란 단어를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녀의 경기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어시스트'란 플래카드가 보이고, 그녀의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죠. 어딜 가나 절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라고 할까? 이제는 어시스트 친구들이 없으면 전주원이란 선수도 없을 거 같아요."

현재 전주원은 올 겨울리그 출장을 목표로 재활 훈련중이다. 일본에서 가져온 재활프로그램대로 한다면 그녀의 올 겨울리그 출장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올 1월에는 꼭 출장하고 싶다고 말한다. 무리를 해도 100%의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출장하고 싶단다.

"더 이상 아픈 모습을 보여주는 건 싫어요. 저한테 맞지도 않구요. 농구 선수인 만큼 코트에 서 있는 당당한 모습으로 팬들을 대하고 싶어요." 농구 선수로서 이보다 더 솔직한 대답이 있을까? 언제나 당당한 모습, 그러나 자만심은 조금도 엿볼 수 없는 그녀의 미소에서 올 겨울리그에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할 전주원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제공:http://www.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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