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 빅스의 변신은 무죄

  • 입력 2001년 11월 4일 21시 28분


2001-2002 애니콜 프로농구의 막이 올랐다. 겨울 스포츠로써 자리를 확실히 차지한 프로농구가 이제 태동 5년을 맞이하여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선수도 바뀌었고 룰도 바뀌었으며 연고지와 팀 명칭이 바뀐 팀도 여럿이다. 그 중에서도 선수가 바뀐다는 것은 프로농구 판도의 새로운 바람이자 변화를 바라는 팬들에게 신선하고 기대되는 대목이다.

SK 빅스와 동양 오리온스가 개막전으로 맞붙은 부천 체육관은 만원사례였다. 홈팀 빅스의 새로운 얼굴인 문경은과 맥도웰을 응원나온 홈 팬이 오렌지색 막대 풍선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경기내용에서도 새로운 얼굴인 문경은, 맥도웰, 최명도가 제 역할을 십분 발휘하여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인 마르커스 힉스와 대학 최고의 포인트 가드였던 김승현을 보강하고 출정한 동양을 95:87로 누르며 기분좋은 첫승을 따냈다.

동양의 변신도 무서웠지만 빅스의 모습은 지난 시즌과 판이했다.

결국 공격루트의 다양성이 승부를 갈랐다. 빅스는 초반에 맥도웰을 스타팅에서 제외하였다. 힉스의 체력을 소진케 하고 맥도웰로 하여금 힉스를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유재학 감독의 용병술이었다. 결국 힉스는 높이에서는 맥도웰을 압도했지만 스피드와 힘에서는 맥도웰을 당해 낼수 없었다. 더구나 최명도, 조동현과 함께 이끄는 속공은 가히 일품이었고 간간이 맥도웰로부터 연결되는 문경은의 3점 슛이 팀의 사기를 한껏 올려놓았다.

이렇듯 빅스는 내외곽과 속·지공을 조화있게 해냈는데 맥도웰이 있기에 가능했다. 맥도웰은 포스트 공격도 잘 했지만 컷 인하는 조동현과 오픈되어있는 반대편 코너의 문경은에게 적시에 볼을 공급했다. 힉스와의 골밑 대결에서는 여러 번 블록슛도 당했지만 절묘한 타이밍 뺏기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반면에 동양은 김승현을 톱에 두고 플레이를 했지만 힉스가 너무 많이 외곽으로 돌았다. 장신 선수가 리바운드나 포스트 공격을 외면하고 외곽에서 일대일만 노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 줄은 알텐데 경기내내 힉스의 일대일은 계속 되었다. 물론 힉스는 포스트 공격뿐 아니라 외곽슛, 드라이브인 공격등 다양한 기술을 이용하여 득점도 하고 엄청난 높이로 블록슛을 해 댔지만 일대오는 정도(正道)가 아니었다.

김승현, 김병철이 간간이 득점에 가세하지만 힉스의 볼 소유시간이 너무 많았다. 더구나 오른쪽 45도에서 맥도웰과 일대일을 하느라 팀 전술은 실종되었다. 후반에 패스에 의한 몇 개의 포스트 업 공격이 빛났는데 경기 내내 이런 모습이 더 어울렸을 뻔하다. 결국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터진 문경은의 정면 3점포였는데 이것도 맥도웰의 스크린에 의한 완벽한 노마크 상태였다.

협력 공격과 수비가 농구를 얼마나 아기자기하게 하고 선수들로 하여금 신이 나게 하는 것인지 누구나 다 알 법 하지만 막상 경기 중에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연습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패턴에 의한 공격과 수비를 익혀야만 자연스레 실전에서 이루어지지만, 말 같이 쉽지는 않은 일인가보다. 동양으로서는 힉스의 공격방법에 대하여 다시 검토한다면 금년 시즌은 지난 시즌과 다를 것이다. 빅스 역시 다른 모습을 보여 주며 이번 시즌 농구판을 돌풍을 예고했다.

이명진 (SBS스포츠채널 해설위원)

(제공:http://www.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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