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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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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조직 사회에서 당신의 줄서기 능력은? 한 ‘줄서기 자가진단법’(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 김원규원장)이 재미있다. ①동문 향우회 등 연줄모임에 반드시 참석한다 ②업무와 관계없이 보스를 자주 만난다 ③보스의 경쟁자 정보를 들으면 보고한다 ④보스 자녀의 학업이나 사모님의 건강문제를 자주 체크한다 ⑤연줄모임은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한다 ⑥경쟁 계보 사람과 얘기할 때 말조심을 한다 ⑦보스와 사주의 관계를 수시로 체크한다 ⑧보스의 술값을 낸 적이 있다 ⑨회식 때 보스의 술잔이 언제 비는지 체크한다 ⑩부부동반모임에서 아내에게 사모님이 심심하지 않게 하도록 한다. 한 항목을 4∼0점으로 해 23점 이상이면 확실히 줄을 선 사람이란다.
▷아마도 정치판처럼 줄서기가 횡행하는 곳도 없을 것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줄서기가 한창이다. 민주당의 대권예비후보들은 의원 지구당위원장들을 자기 줄에 세우려 물밑작업이 활발하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예비후보들도 어느 당에 서는 것이 지방선거에 유리할지 이 당 저 당 기웃거리고 있다. 그뿐인가. 이번 미국의 아프간테러공격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위압’에 전세계 국가들이 줄서기에 바빴다.
▷하지만 줄서기는 양날의 칼이다. 외면하면 살아가기 힘들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권력과 부귀영화를 탐해 줄대기에 급급하다 패가망신하거나 허무한 종말을 맞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정치판의 줄서기는 패거리정치를 부르고 이 땅의 정치를 한없이 추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세상의 온갖 잡다한 줄에서 진정으로 초연해질 수 있을 때 세상도 그만큼 맑고 순수해질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세상물정 모르는 얘기겠지만.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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