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간통죄…“합헌” 결정속 “진지한 접근” 언급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53분


여권신장에 따른 사회적 변화 등으로 존폐 논란이 계속돼온 간통죄에 대해 “합헌이므로 유지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헌재는 합헌결정을 내리면서도 이례적으로 간통죄 처벌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폐지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金京一 재판관)는 25일 신모씨 등이 “간통죄 처벌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제의 유지, 부부간 성적 성실 의무의 수호 및 간통으로 인한 사회적 해악 방지 등을 위해 간통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배우자 양쪽의 고소권이 인정되는 만큼 간통죄는 남녀평등과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 보장에 부합하는 법률”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세계 각국이 간통죄를 폐지하고 있고 우리 사회 역시 급속한 개인주의적, 성개방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간통죄에 대한 규범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남녀의 정절관념 등 뿌리 깊은 전통윤리와 도덕기준으로 볼 때 간통이 범죄라는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개인의 내밀한 성적 문제에 대한 법 개입의 논란, 간통죄 악용사례, 약한 처벌 효과와 여성 보호의 실효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간통죄 폐지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9명의 재판관 중 권성(權誠) 재판관은 “애정과 신의가 깨진 부부관계에 대해 형벌로 유지를 강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윤리적 비난의 대상일 뿐인 간통을 국가가 형사 처벌하려는 것은 성적 예속을 강제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유일하게 냈다.

한편 헌재의 간통죄 합헌 결정에 대해 여성단체와 법조계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정책실장은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아직도 많은 현실에서 간통죄는 약자인 여성을 보호할 법적인 최후 보루인 만큼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지평의 강금실 변호사는 “국가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근거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간통으로 인한 피해는 민사소송이나 이혼할 때의 재산분할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 양혜경 소장은 “간통죄 때문에 여성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측면도 많다”며 “합헌 결정은 내려졌지만 헌재가 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한 만큼 사회변화 등에 따라 앞으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전통적 유교사상에 근거해 90년과 93년 두 차례에 걸친 헌재의 간통죄 합헌 결정을 지지해왔던 유림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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