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난국에 되돌아 보는 인촌정신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9시 00분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탄생 110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는 선생의 사상과 경륜을 되새기며 언론의 자세를 새롭게 다짐하고자 한다.

선생의 생애는 크게 보아 세 시기로 나뉜다. 첫 번째 시기는 암울했던 일제 식민지배 아래서 동아일보사를 창간하고 경성방직을 창사하며 보성전문학교를 중흥시킴으로써 언론 교육 산업의 세 부문에서 민족역량을 키워나갔던 시기였다. 두 번째 시기는 해방 직후 공산주의가 온 세상을 뒤덮을 듯하던 이념적 혼란기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깃발을 높이 들고 대한민국 건국의 주춧돌을 놓았으며, 다른 한편으로 보성전문학교를 고려대학교로 키워 민족사학의 뿌리를 튼튼히 다졌던 시기였다. 그리고 세 번째 시기는 부통령 자리마저 내놓은 채 제1 야당을 키워 자유당 정권의 독재에 맞서며 대한민국이 걸어야 할 길을 몸으로 가르쳤던 시기였다.

이 세 시기에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것이었고, 그 사상에 기초한 경륜은 인재양성과 산업육성 및 권력비판을 통한 현대적 국가로의 발전이었다. 이 선각자적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그는 공선사후(公先私後) 명지담백(明志淡白)의 선비정신, 그리고 조화와 설득을 뼈대로 한 겸허한 인품으로 중론(衆論)을 모은 뒤 과감히 추진하는 민주적 지도자의 모습을 남겼다.

오늘날 우리가 인촌의 정신과 삶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까닭은 국정의 난맥과 사회의 혼란에 대한 경각심에서 비롯된다. 21세기에 들어서서도 우리나라는 주로 지역과 당파로 나뉜 정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로써 민생은 점점 깊은 고통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이 정권 아래서의 독특한 몇 가지 대형 ‘조폭 연계적 경제범죄’는 그 배후와 관련해 정부와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을 높이기만 한다. 게다가 반(反)자유민주주의적이거나 반(反)시장경제적 발상과 언동이 민중주의의 이름 아래 횡행하면서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커져 가기만 한다. 이러한 사회심리적 분위기 속에서 기업이 제대로 활동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경제가 주저앉고 있는 것은, 그리고 민심의 이반과 공권력의 무력화에 따라 상상하기 어려운 범죄들이 속출하는 것은 지극히 우려스럽다.

국정의 분위기와 운영에 일대 쇄신이 뒤따르지 않고는 나라의 위기는 계속해서 깊어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촌의 민주적 지도력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서릿발처럼 엄하게 다스리면서도,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이념의 차이를 모두 아우르며 갈등의 해소를 통해 국민적 통합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이 노선에 서서 국정의 흐름이 과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에 충실해질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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