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총재 대표연설과 영수회담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54분


어제 있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국회 대표연설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나름대로 짚을 것은 짚었다고 생각한다.

이 총재는 지금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경제발전 국가안보 언론자유 등 모든 면에서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며 국가기강을 바로잡는 국정쇄신을 촉구했다. ‘이용호 게이트’ 등 부패 비리사건에 대해서는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국기문란사태로 규정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우리는 이 총재의 시국인식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그의 지적과 주문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정부여당은 ‘여권 흠집내기’ 등으로 폄훼하지만 말고 귀담아들을 것은 들어야 한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도 미국의 대(對)테러전쟁과 민생 경제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 의사를 밝히고 결코 수(數)에 의존하는 오만한 다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약속이 지켜지는지 두고 볼 것이다. 나라를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총재의 연설 중 특히 작금의 언론사태에 대한 언급에 주목한다. 그는 국론통합과 국민화합을 위해서는 자유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강조했다. 오늘 열리는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언론문제를 포함해 이 총재가 언급한 최근의 정국현안이 충분히 논의되길 기대한다.

언론사태로 인한 국론분열현상은 심각하다.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사회전체가 언론개혁과 언론탄압을 강조하는 두 목소리로 나뉘어 서로를 불신하고 있다. 권력은 언론사 대주주 구속 이후에도 특정언론을 무력화하기 위한 갖가지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총재가 현재 구속상태인 언론사 대주주들이 즉각 석방되도록 정부가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한 분열상태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그의 지적처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 신문사 대주주를 구속한 것은 명백한 언론탄압이다. 야당의원들이 언론사 대주주의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송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이 총재의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지금 일부 방송은 특정 권력집단의 편에 서서 편파방송으로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똘똘 뭉쳐도 살아남기 어려운 국가적 위기상황이다. 내편 네편을 따지며 나라가 사분오열(四分五裂)되는 상황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 국정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자세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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