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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6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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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들과의 외교적 갈등과 경제적 피해 가능성, 장기전에 말려들 가능성,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아경기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이유로 정부의 조치가 성급하다는 평가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은 비전투 행위 중심의 지원조치가 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투부대 파견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투부대 파견이 초래할 정치, 경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한국도 이번 테러의 직접 피해자이다. 한국 국민 10여명이 목숨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뉴욕시 일원의 50만 교포를 감안하면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다. 이번 테러는 민간인을 무차별적인 대량살상의 목표로 삼았다. 미국의 패권에 대한 이슬람교도의 반격이 아니라 범죄적 테러분자들이 문명사회를 상대로 저지른 대량 살인행위이다.
둘째, 한미동맹의 무임승차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탈냉전시대에 들어와 미국은 독자적인 대외 군사개입 능력이 축소됨에 따라 동맹국들에 지역안보 기능의 분담과 동맹관계의 상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대테러 전쟁에도 미국은 동맹국의 협조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대미 협조자세를 보여 일방적으로 미국의 보호를 받는 위치에서 벗어나 상호의존적인 군사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정치적, 군사적 독자성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셋째, 일본의 움직임을 감안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테러사태를 맞아 매우 적극적인 대외 군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라도 미군의 후방 지원을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기로 했으며 정보수집을 위해 이지스함과 조기경보기도 파견한다고 한다. 과거 주변국과 일본 국내의 반발로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정부간 신뢰관계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한국은 안보와 통일을 위해 앞으로도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신뢰가 필요한 만큼 미국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나아가 한 미 일 3각 관계를 염두에 둔 국제안보 전략이 필요하다.
냉전시대에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는 것이 유일한 안보정책이었던 한국은 아직 국제안보정책의 미숙아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테러사태를 주변국과 전세계를 상대로 한 국제안보정책 역량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봉근(일본 게이오대 방문연구원 전 청와대 국제안보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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