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정부 전자입찰 시스템 문제 없나

  • 입력 2001년 10월 3일 18시 50분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을 목표로 시행 중인 정부의 전자입찰제도가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전자입찰에서 탈락한 한 업체가 입찰 시스템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자입찰 결과를 둘러싸고 탈락 업체가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해 11월 조달청이 인터넷상의 ‘공공입찰통합관리시스템’(GoBIMS:www.ebid.go.kr)을 시범운영한 이래 처음 있는 일.

정부는 4월 이 시스템을 ‘공공부문 우수혁신사례’로 선정했으며 11월부터는 200여개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 제기〓대전에 본사를 둔 J토건은 지난달 8일 광주지방조달청이 인터넷시스템을 통해 입찰에 부친 ‘여수대 인문사회관 신축공사’ 개찰단계에서 1순위(입찰금액 55억2268만여원, 공사예정가 대비 86.155%)의 낙찰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낙찰 사흘 후인 11일 오후 조달청에서 ‘입찰 무효’를 알리는 한 장의 팩스가 날아들었다. 입찰서를 제출할 때 ‘공종(工種)별 산출내역서’ 첨부파일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J토건 측은 “입찰서 및 첨부파일을 제출한 뒤 시스템상의 ‘웹송신함’에서 ‘처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는 사실을 확인(사진 참조)했고, 그 이외의 확인방법이 없는 이상 책임은 조달청 측에 있다”며 ‘입찰 무효’ 철회를 요구했다.

회사 측은 다음날 광주지법에 ‘입찰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전남경찰청에는 입찰 무효 처리과정에 의혹이 있다며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조달청 측 “문제없다”〓이 사건의 초점은 J토건 측이 보냈다고 주장하는 ‘첨부파일’이 실제로 입찰시스템에 ‘완전한 형태’로 수신됐는지 여부.

조달청 측이 현장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은 J토건 측이 보낸 A드라이브(디스켓)상의 첨부파일의 크기가 수신확인 상태에서도 3킬로바이트로 동일한 것으로 볼 때 송신자가 실수로 ‘공(空)파일’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조달청 측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근거로 최근 차순위자를 계약당사자로 선정해 공사계약 체결까지 마쳤다.

조달청 관계자는 “전자입찰 시스템의 안정성은 그동안 7000건 이상의 입찰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단 한번도 문제점이 없었을 만큼 완벽성을 입증받았다”며 “탈락자 측의 실수일 뿐 더 이상 문제삼을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해킹 가능성 없나〓J토건 측은 이 시스템 운영의 기본법인 ‘전자거래기본법’상 ‘수신자는 작성자가 충분히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수신사실을 통지해야 한다’는 ‘수신확인’조항(제12조)을 근거로 정상적으로 파일이 전달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1차적 책임은 조달청에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또 회사 측은 “전자입찰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공정성 확보’에 있다면 산출내역서의 첨부여부는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며 “서류상 미비한 점이 있다면 사전 확인 또는 사후 보완을 통해 시정해야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제3자에 의한 프로그램 해킹 가능성.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해킹과 관련한 별다른 혐의점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전자입찰 활성화에 대비해 완벽한 해킹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광주〓김권·정승호기자,대전〓이기진기자>gog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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