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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9월 25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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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12%가 넘는 팽창예산을 하는 것은 국민생활이 얼마나 힘들어지든 관계없이 많이 거둬 많이 쓰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경직성 예산이 57조원에 달해 그것을 빼고 나면 실제 가용예산은 얼마 안 된다며 팽창예산도, 선심성 예산도 아니라고 강변한다. 과연 그럴까. 경직성 지출이 매년 있었다는 점에서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경직성 지출에 해당하는 공적자금 등 부채에 대한 이자가 10조원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이처럼 국가부채가 늘면 살림이 궁핍해지기 때문에 빚을 줄이자는 것인데 정부는 오히려 재정 확대에만 관심을 둔 느낌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공무원 봉급은 6.7%가 올라 공무원 인건비는 무려 9.9% 더 지출하게 됐다. 2004년까지 대기업 급여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단계적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재정이 쪼들리는 마당에 당초의 계획은 수정됐어야 마땅하다. 경제가 어려워져 민간 쪽에서 실업률이 더 높아질 때 공무원 급여만 오르는 것은 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의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살림을 할 때는 사업의 우선 순위로 경기대책을 강구해야지 재정지출 규모로 경기를 조절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5년 연속 적자재정을 편성하면서 무리하게 경기부양을 시도하는 것은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이제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작년 말 금년도 예산을 다룰 때 국회는 정쟁에 휘말려 심의도 제대로 못한 채 법정기일을 넘겨 통과시켰다. 매년 되풀이되는 악습을 올해는 여야가 과감히 단절하기 바란다. 분배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매섭게 따지고 점검해 국민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국회가 마지막 보루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 기대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큰 행사를 앞둔 여야가 선심성, 나눠먹기식 예산 배정의 유혹에서 벗어나 국민부담을 증가시키지 않도록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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