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뉴스/ML스타]그렉 매덕스

  • 입력 2001년 9월 24일 11시 57분


183cm, 80kg. 여느 일반 미국인과 다름없는 체격에, 여타 메이저리거들과는 동떨어진 외모를 가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승부사' 그렉 매덕스.

매덕스는 랜디 잔슨과 같은 광속구를 던지는 것도 아니고 샌디 코우팩스가 가진 최고의 커브도 던지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월터 잔슨 이후 당대 최고의 우완투수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한 그의 평가에 대해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그는 사이 영 이후 첫 14년 연속 15승 이상의 승리를 기록한 유일한 투수이고, 지난 10년간 그보다 많은 승수를 기록한 투수는 없다. 승수뿐만이 아니다. 커리어 통산 2.83이란 방어율은 그의 능력을 쉽사리 짐작케 해준다.

수많은 강속구 투수가 자리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고작 평균 구속 88마일(약 140km)을 가지고도 그는 어떻게 십 수년간 당대 최고의 투수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일까? 왜 모든 야구 전문가들과 현역에서 활동하는 선수 및 감독, 코치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를 최고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가?

▽심판을 도우미로 만드는 선수

매덕스는 얼마전 베이스볼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한 바 있다.

"투수가 어떻게 타자를 잡는지 심판이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들은 투수의 도우미가 된다."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의 설명을 들으면 감이 잡힐 것이다. 매덕스는 "심판은 다음과 같은 투수를 싫어한다. 볼을 한가운데로 던진 후 플레이트에서 1피트나 떨어진 공을 던진 다음에 곧이어 플레이트에서 공 한 개 정도 차이로 미스한 공을 던질 때 스트라익을 잡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투수들에 짜증을 낸다"고 말했다.

매덕스의 설명을 간단히 분석한다면 심판은 컨트럴이 뛰어나면서 타자를 머리로 잘 요리 하는 투수를 좋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에 공만 빠르면서 형편 없는 공을 던지는 투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매덕스는 투수라면 누구나 던질 수 있는 구속(벨로시티)을 지녔다. 하지만 그를 그저 그런 투수와 차별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컨트롤로 대표되는 로케이션과 무브먼트이다. 즉, 매덕스는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1,2번 요소를 완벽히 갖춘 투수라는 말이다.

매덕스는 88마일 짜리 패스트볼 하나를 던지더라도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로케이션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지점에 던질 수 있다. 또한 그 패스트볼은 탁구공이 드라이브가 걸려 상대 코트에 비호같이 꽂히듯 현란한 무브먼트를 동반, 홈플레이트를 향해 돌진해 간다.

볼의 모든 변화는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이루어지며 홈플레이트 끝자락을 목표로 정확히 휘어져 들어간다. 이쯤 되자 타자들은 그의 패스트볼을 단지 88마일의 일반적인 패스트볼로 생각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탁구공이 88마일로 들어온다?

한번 상상을 해 보자. 만약 탁구공이 88마일로 춤을 추며 홈플레이트를 지나간다면 그 속도는 88마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탁구를 쳐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이 이해될 것이다. 서브를 받을 때 공의 움직임이 심하면 제대로 리시브를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의 속도가 더 빠른 것처럼 느껴진다.

매덕스는 환상적인 공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원하는 곳에 정확히 공을 꽂아넣는 로케이션까지 가지고 있다. 레오 마조니 브레이브스 투수 코치는 "목표지점을 향해 정확히 던질 수 있는 그의 능력은 동시대 그 어느 투수보다 뛰어나다고 장담할 수 있다. 내가 이제껏 보아온 그 어느 투수보다 혹은 어느 시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그보다 뛰어난 로케이션을 자랑하는 투수는 없다."라며 단언한다.

매덕스는 여기에 공의 완급 조절이 환상적이다. 공의 현란한 움직임+완벽한 로케이션+타자 머리 위에서 노는 완급 조절이 합해지면 명석한 98마일의 패스트볼 보다 더 타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의 로케이션이 얼마나 훌륭하느냐는 기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얼마 전 무4사구 연속 이닝을 72.1이닝으로 늘이며 내셔널리그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제외하더라도 커리어 통산 3,537이닝동안 단 758개의 4구만을 허용하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로케이션은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9이닝 당 환산했을 때도 채 2개가 되지 않는 수치. 덧붙여 66%에 달하는 초구 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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