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창문뱀'…"창문 달린 뱀이 어디 있어?"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28분


창문뱀/프랑스와즈 보브 지음 헤르베 르 고프 그림 송은희 옮김/26쪽 7000원 청솔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으며 평범한 중절모라고 생각했던 그 그림이 실은 코끼리를 삼켜버린 보아뱀의 모습이라는 걸 알았을 때, 대개는 그 기막힌 발상에 무릎을 치며 웃게 마련이다. 그러나 겉에 보이는 것만으로 사고를 국한시키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내 씁쓸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이미 어린 시절의 상상력은 박제가 돼버린 것일까.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기린 그림과 ‘창문뱀’이라는 제목. 그림책이란 대개 내용과 일치되는 삽화를 담고 있게 마련인데, 기린과 ‘창문뱀’이라니. 도대체 무슨 제목이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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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여왕 기린은 늘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길다란 목을 하늘을 향해 빼들고 마치 자신만 알아들을 수 있는 신호를 기다리는 것처럼 귀를 쫑긋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발견이라도 한 듯 달리기 시작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바람보다 더 빨리 달려간다.

호기심이 많은 초원 친구들은 궁금해서 미칠지경이다. 코뿔소, 얼룩말, 멧돼지, 산양, 어린양이 한자리에 모였다.

“기린님이 어디로 뛰어가는지 알고 있니?”

“아니 몰라, 우리 모두 기린님을 따라가볼까?”

“아니야, 내가 한 번 물어볼께.”

다음날 어린 양이 힘껏 용기를 내어 기린에게 물으니 기린이 하는 말. “창문뱀을 보러간단다.”

“뭐? 창문뱀?” 어린 양의 말을 전해들은 초원 친구들은 깜짝놀란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일뿐더러, 모두들 뱀을 아주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창문뱀이 어떤 뱀이지?” “방울뱀을 잘못 알아 들은 거 아닐까?” 친구들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하루는 모두가 기린의 뒤를 밟게 된다. 기린이 서있는 그곳에는 정말 창문뱀이 지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창문뱀. 창문뱀이 지나가는 그 자리에서 어른들이 발견하는 건 꼬불꼬불 기차길을 달려가는, 창마다 불이 켜진 기차일뿐이다. ‘코끼리를 삼켜버린 보아뱀 이야기’만큼이나 발랄한 이야기. 읽어주는 부모 역시 그 ‘깜찍한’ 발상에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유아용.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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