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2% 부족할 때, '무사' 바탕 둔 사랑의 진검승부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07분


음료광고 2% 부족할 때의 마지막 편이 나왔다. '가, 가란 말이야' 정우성의 과격한 외침이 인상적이던 장쯔이와의 사랑은 과연 어떻게 흘러간 것일까.

2편에서 정우성은 형편없이 얻어터진 채 뒷골목에 버려져 "우리는 미쳤어"라고 자조적으로 외치고 장쯔이는 "아아아" 소리지르며 달려간다. 그야말로 사랑에 미친 것이다. 하지만 그 미친 사랑을 견디기 힘들었을까. 3편에서 장쯔이는 바다에 뛰어들고 정우성은 하늘을 원망하듯 소리친다. "우리를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렇다면 마지막은? 나란히 함께 하지만 그들의 상황이 더없이 애달프다. 평화롭게 벤치에 앉아 허밍을 부르는 장쯔이. 그녀는 이제 그늘 한점 없는 모습이지만 어딘가 넋이 빠진 모습이다. 정신이라도 나가기라도 한 듯 말이다.

멍투성이의 정우성은 사랑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애틋하게 빗어주며 속삭인다. "사랑해"라고. 정신이 나간 장쯔이는 용케 그 말만은 이해하는 듯 눈물을 흘린다. 이때 오즈의 마법사 삽입곡 'some where over the rainbow'가 흐른다.

'그녀가 내 곁에 있다. 그러나 난 아직 그녀가 목마르다.'

정우성의 저 무덤덤한 톤으로 읊조리는 독백이 사무치게 처연하다. 힘겨운 사랑을 헤쳐나가며 그들은 이제 둘이 되었지만 사랑하던 연인은 예전같지 않다. 장쯔이는 "사랑해"라는 말에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다.

2% 부족할 때 광고는 사랑의 진검승부다. 정우성과 장쯔이는 사랑 앞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줄 모르는 미련한 연인들이다. 오로지 사랑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랑에게 덤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렇게 가슴 절절한 모습은 김성수 감독의 영화 <무사>가 개봉하자 더욱 탄력을 받는다. 광고를 보는 시선이 풍성해진다. 장쯔이와 정우성의 캐스팅은 <무사> 를 염두해 둔 기본포석이었던 셈이다.

영화에선 노비출신이지만 창술의 달인 고려무사와 명나라 공주의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광고에선 별다른 가진 것 없이 몸으로 덤비는 정우성과 고급자동차에서 뛰어내리는 공주같은 이미지의 장쯔이의 사랑. 공간과 설정은 다르지만 묘하게 분위기가 맞아떨어진다.

광고와 영화는 긴밀하게 이미지 교환을 하며 서로의 텍스트를 풍부하게 한다. 그래서 광고를 보면 영화가 오버랩된다.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그 팍팍하고 막막한 사막을 내달리며 눈으로, 마음으로 서로를 훑어가던 또 다른 사랑. 입 밖에 소리내어 사랑한다 고백 한번 못해보고 단지 그녀를 위해 쓰러지는 여솔이.

마지막으로 중얼거려본다. 정녕 그들의 사랑은 비극으로만 치달아야 했을까.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무지개 저편 어딘가에처럼 이 세상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일까.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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