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영재의 월가리포트]美증시 덮은 '테러 그림자'

  • 입력 2001년 9월 18일 19시 22분


전세계 이목이 몰린 뉴욕증시가 17일 다시 개장했다. 개장전 미 재무부장관과 뉴욕시장, 주지사, 상원의원이 한데 모여 이번 사태의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 뉴욕증시는 모두의 바램과 달리 예상했던대로 폭락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백년이 넘는 역사상 가장 큰 폭인 685포인트나 미끄러져 지수 8921로 마감됐다. 1만포인트가 붕괴된지 2주만에 9000선마저도 단숨에 무너졌다. 나스닥지수도 무려 6.8%나 하락한 1579.55를 기록, 1600선이 가볍게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98년10월 이래 2년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

그러나 이날 움직임은 당초 기대보다는 양호했다는게 중론이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사건의 충격으로 미국증시가 10% 넘는 폭락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을 했었고 여기에 미치지 못한 하락폭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이다. 이는 뉴욕증시가 개장되기 직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에서 예정에 없었던 금리 인하를 0.5%포인트나 단행했고 주도적인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도를 자제하자는 애국심에 호소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러한 노력에 비해볼 때 이날 하락폭은 오히려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기습적인 금리 인하 하나만 해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폭락을 저지하는데 실패했고 언론에서는 매도를 자제하자고 했지만 상당수의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은 실질적으로 매물을 내놓으면서 폭락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주가가 폭락했는데도 거래량이 23억6934만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도 향후 장세를 어둡게 하는 요소다.

평가야 어찌됐건 첫거래일을 넘겼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물론 단기간의 폭락은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겠지만 지금 뉴욕증시가 처한 상황은 심리적인 충격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기본적인 경제 여건이 흔들릴 미국 경제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심리적인 충격은 감당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 침체가 더욱 깊어질 것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현재 주식의 가치는 한단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당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앞다퉈서 올 주가 전망치를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분위기상 앞장서서 매도를 주장하지는 못하지만 적정주가 수준을 낮춤으로써 간접적인 신호를 보내는 상황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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