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용호 의혹’ 덮을 수 없다

  • 입력 2001년 9월 16일 19시 02분


의혹과 풍설은 곧이곧대로 파헤쳐 깨끗이 터뜨리고 씻어 없애는 게 낫다. 현 정권과 검찰 지휘부는 세간의 의혹이 부풀면 나중에는 정치적 재앙으로 돌변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거액 횡령과 주가조작혐의로 구속된 이용호씨 사건에서 과거의 대형 의혹사건과 비슷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대로 서울지검이 지난해 봄 이씨를 똑같은 주가조작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가 풀어준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민주당 의원조차도 “이용호씨를 체포하고 그의 계열사 직원을 14명이나 연행하며 서류도 사과박스 7개 분량이나 압수해 놓고도 하룻밤 사이에 풀어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질 정도다.

국민의 눈에는 당시 이씨와 관련 회사 사건을 검찰총장을 지낸 변호사가 수임했다는 것도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나아가 그 체포-무혐의-방면 때 정관계에 얼굴이 널리 알려진 조폭보스 출신 사업가 여운환씨가 사건무마 자금으로 무려 20억원을 받은 사실도 검찰에서 드러나고 있다. 40대에 1000억원의 재산가가 되어 구속되는 스토리에 암흑가 보스 출신이 출연하고 그 로비자금이 20억원이나 된다는 게 참으로 석연치 않아 보인다.

둘째, 국세청이 99년 10월 이씨가 운영하는 G&G그룹 계열사 KEP전자의 회계조작을 적발하고도 세무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1억원대의 부가가치세만 추징한 사실도 통상적인 일처리 같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이처럼 솜방망이 처분을 받을 무렵에 ‘로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씨 회사의 내부 문건이 존재했고 그것이 지난해 봄 검찰에 입수되었는데도 조사가 없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씨는 이씨 계열사의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로비자금조로 10억4000만원을 또 받은 것도 밝혀지고 있다. 그런 로비가 왜 필요했고 누구에게 로비가 행해졌는지 모두가 궁금증 투성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검찰에 이씨의 주가조작관련 조사결과를 통보했는데도 이제껏 본격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장 등에서 “배후에 여권 실세가 있다. 이씨가 정치인 K, H, L씨 등의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해왔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제 사태는 유야무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권측의 연루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고 파헤치는 일은 여권이나 검찰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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