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美 테러 대참사]정부 "적자재정 감수 경기부양"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39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14일 열린 경제단체장 및 경제장관 합동간담회에는 미국 테러사태의 불똥을 피하기 위해 ‘경제난 해소 특단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적자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가 균형재정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전제 대응책 강구〓김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경제팀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만반의 대응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한국경제가 수출의존적 구조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내수를 살려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진 부총리는 “하반기 내수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집행 활성화 방안을 1주일 안에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지고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진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적자국채 찍어 경기부양 꾀해〓진 부총리는 이날 “건전 재정을 고집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부양을 사실상 밝혔다. 2차 추경을 편성해 내수경기를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그동안 야당의 반대로 2차 추경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렸으나 3단계 비상대책의 하나인 ‘적극적인 재정지출’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정했다. 다만 이 방법은 이달 말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빠듯하다. 진 부총리는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야당과 협의해야 하므로 현 시점에서 규모를 밝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5조원 내외의 적자국채를 찍어 추경을 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도 병행〓한국은행은 시중 불안심리로 과도한 현금인출이나 자금수요가 잇따를 경우 자금을 즉시 공급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수출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연 3% 짜리로 지원하는 한은 총액대출 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외환시장에서 불안한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긴급한 외환소요에 대비해 한은이 별도로 운용 중인 일정액의 외환유동성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시장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채와 예보채 통안채 등의 발행시기와 물량 만기 등을 적절히 조절하고 중견기업 회사채 차환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보증재원을 확충하고 업체별 한도도 늘릴 방침이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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