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명인전 제1국 요다 2집반 승리

  • 입력 2001년 9월 4일 13시 25분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이 명인전 도전 7번기 첫판에서 멋진 역전승을 거뒀다.

4일부터 이틀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벌어진 일본 아시히신문 주최 메이진(名人)전 도전 7번기 1국에서 흑을 쥔 요다 명인은 끝내기 단계까지 불리했던 전세를 뒤집고 도전자 린하이펑 9단(林海峰)에게 2집반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요다9단과 린하이펑 9단은 이틀간 각각 제한시간 8시간씩을 소요하는 대국에서 똑같이 7시간 59분을 쓰는 혈투를 벌였다.

◇다음은 명인전 1국 상보

일본 아사히신문이 주최하는 메이진(名人)전 도전 7번기 1국이 4일 오전9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시작됐다.

NHK 해설-명인전 제1국 첫날

조훈현 해설 명인전 제1국 둘째날(1)

조훈현 해설 명인전 제1국 둘째날(2)

[1보: 1~13]오전 9시 정각 돌을 가려 명인 요다9단의 흑번. 명인은 좌하귀 소목에 돌을 가져다 놓았고, 도전자 린9단은 대각선쪽에 화점으로 응수했다. 이후 두 기사는 좀처럼 돌을 놓지 않고 있다.

해설은 한중일 3국에서 인기가 높은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이다.

돌 4개를 놓는데 20분이 훨씬 넘게 걸리고 있다.이러다보니 해설자들도 별로 할말이 없는지 서울대국을 화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명인은 견실하게 소목을 날일자로 굳히고 도전자는 가운데를 갈라친다.아직은 9급 바둑에서도 흔히 나오는 포석이 진행되고 있다.

우상귀 날일자에 걸침에 대해 날일자로 받은뒤 백10으로 옆구리를 붙이는 수는 한국식 정석.이창호 조훈현의 바둑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정석이다.서울서 열리는 일본 명인전 1국에서 한국형 정석이 나오는 것도 이채롭다.

[제2보:14~22]명인과 도전자는 제한 시간 7시간짜리 이틀걸이 바둑치고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정석과정을 밟아 가고 있다.

백 22까지 우상귀 정석은 일단락 됐다.한국 바둑교과서에 나오는 그 모양 그대로다.

견실한 기풍으로 정평이 나 있는 두기사의 기풍을 보여주고 있다.선수를 잡은 명인은 좌하귀로 달려간다.좌하귀 일대에 흑의 세력권이 형성될 조짐이다.



[제3보:23~34] 흑 23은 좌하귀를 넓히면서, 갈라친 백 한점을 공격하는 절호점.두칸으로 받은 24에 화점을 25로 굳힌 것도 요다류라고 할 만큼 견실무비한 수. 우하귀를 굳히는 26또한 이에 못지 않은 견실한 수.아무래도 이 판은 제한 시간을 다 쓰는 숨 긴 바둑으로 갈 것 같다. 27화점으로 전개해 좌하에 흑의 큼직한 세력이 형성됐다.

이세력을 어떻게 견제또는 삭감하느냐가 초반의 포인트.도전자는 28로 응수타진 부터 했다.이어 30 32의 붙여 끌기 아마의 눈에는 좌하일대가 커 보인다.그러나 린9단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듯.직접 뛰어 들지는 않는다.좌상귀에 걸치는 것으로 오전 봉수.



[제4보:34~49]점심식사후 첫 착점은 평범하게 35로 붙여 느는 수였다.이어서 38이 아마들에겐 낯설어 보일 수 있는 점.축이 유리할 때 가능한 수다.

39로 들여다 봤을 때 린 9단은 고분고분 41의 곳에 잇지 않고 흑 23 한점을 우지끈 끊어 버렸다. 명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41 43으로 백24 한점을 수중에 넣고 백은 23한점을 잡아 좌하귀 흑모양을 크게 축소시켰다.누구에게 더 유리할 지는 모를 일.

흑은 45 47로 일단 백이 두눈을 내지 못하게 한뒤 49로 한칸 뛰어 대마 공격에 나선다.백 대마가 어떻게 수습되느냐에 따라 바둑의 향방이 갈릴 모양이다. 제 3보에서 응수타진을 했던 백28 한점이 대마 수습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흥미롭다.

[제5보:49~58]전보 49의 한칸 뜀에 린 9단은 50으로 흑2점에 대해 모자를 씌우면서 비껴났다.이렇게 되고 보니 백대마는 당장은 공격하기 쉽지 않은 형태.

명인은 공격을 일단 보류하고 상변 백진 한가운데 있는 백돌에 51로 붙여간다.마치 접바둑에서 고수가 하수를 다루는 듯한 느낌이 든다.린9단은 10여분 장고 끝에 52로 받는다.이젠 좌상 백의 약점이 두드러져 보인다.59까지 백은 귀를 파고 들어 실리를 챙기고 흑은 백 한점을 잡고 중앙 흑세를 더욱 확장했다.

좌변과 상변에서 뭔가 큰일이 일어날 듯했지만 두 고수는 혼전을 피하고 무난무난한 타협을 하고 있다.

[제6보:59~66] 51로 촉발된 상변전투는 흑은 59로 강화하고 백은 60으로 귀를 깊이 파내면서 일단락됐다.

이결과 흑은 상중앙에 대세력을 형성하고 백은 흑의 수중에 넘어갔던 24 한점이 생환할 수 있게 됐다.

선수를 뽑은 명인은 61로 좌하 백진 깊숙히 침투했다.이렇게 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싶을만큼 깊이 들어갔다.

백은 62로 철주를 내려 귀를 지킨데 이어 64로 들여다보고 66에 날일자로 뛰어 공세를 취하고 있다.

[제 7보 67~72]66의 공격에 명인은 단순히 중앙을 향해 뜀박질 하는것이 아니라 67로 모붙임하는 것으로 효율적인 타개책을 찾기 시작했다.67붙임에 68로 뻗고 69 젖힘에 70으로 막고 71뻗음에 다시 72로 막고 린 9단은 하자는 대로 다 해주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이곳 접전에서 흑이 심하게 공격당하지는 않겠지만 백 모양이 활발해 보인다.

72에서 첫날 봉수.

[제8보:73~82]일본 아사히 신문이 주최하는 명인전 도전1국 둘쨋날 대국이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 있다.명인이 73 75를 선수하면서 대마를 안정시키자 도전자는 78로 좌변 흑 두점의 응수를 물었다.79로 살아 갈 수 밖에 없을 때 다시 80으로 뛰자 81의 보강이 불가피하다.

3보 백28의 응수타진이 다시 한번 효력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까지 형세를 보면 백의 확정가 흑보다 많다.대신 흑은 상중앙에 세력이 좋다.앞으로의 형세는 흑의 세력이 얼마나 실리로 전환되느냐에 달렸을 것 같다.린 9단은 82로 흑세에 대한 삭감에 나섰다.

이 수는 세력을 견제하면서 좌변 백대마의 약점을 보강하는 의미. 중앙일대에 백세력을 형성하는 등의 다목적 착점이다.

기사의 바둑판에는 82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82는 어느 곳 일까

명인이 장고를 하는 동안 12시 점심을 위한 봉수.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단10개의 돌을 놓았다.

[제9보:82~100]

82의 수는 10의 i였다.83으로 실리를 확보하자 84 85를 문답한뒤 다시 한번 82에서 날일자로 깊이 삭감해 들어간다.여기서 명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역습에 나선다.계속 약하게 받다 가는 실리를 따라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좌변 대마와 삭감해 들어온 두점을 두 동강내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90까지 '밀고 뻗고'가 되풀이 됐다.여기서 명인의 91 모 붙임으로 좌변과 중앙의 연결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92로 뻗은 뒤 93을 기다려 94로 뒤에서 막는 수가 있어서 탈출에는 문제가 없다.이후 100까지 흑은 백 2점을 수중에 넣을 수 있었다.그 대신 백은 100의 곳을 차지해 이번 접전에서도 피차에 타격은 없어 보인다.그러나 느낌으로는 백의 흐름이 좋아 보인다.조훈현 9단은 100수까지는 팽팽한 접전이라며 누구가 우세한지 말하기 어려운 형세라고 말했다.

[제10보 101~111]명인은 두점을 잡지 않고 101로 강하게 머리를 내밀었다.아래 쪽 백대마가 살아가는 동안 중앙 4점을 추궁하겠다는 뜻이다.문제는 백대마가 2집을 내고 살면 백이 재미가 없다는 점.백은 102로 붙여 타개에 나선다.백 110까지 백은 짭짤한 실리를 챙기면서 완생했다.이젠 명인의 공격차례.그러나 요다 명인은 공격이 강하지 못한 편에 속하는 기사다.109에서 날일자 111에 뛰어 중앙 4점이 위험해 보인다.

백은 어떤 수로 중앙 4점을 피해없이 안정시킬 수 있을까.이 바둑의 최대 승부처에 다다른 느낌이다.

[제11보 112~122]112로 옆구리에 갖다 붙이는 수가 급소 일격이라는 평가다.이 한수로 흑은 백을 어찌할 수가 없다.왼쪽 흑돌의 생사가 걸리기 때문이다.백이 이긴다면 승착이라 할 만하다.

명인은 113에 끊어 최강으로 버틴다.하지만 114선수후 116으로 늘어버리니 별 소득이 없다.117에는 대꾸를 하지 않고 118장문으로 한점을 잡아버리니 119가 불가피하다.린9단은 3점을 포기하고 120으로 다시 한칸을 뛰어 나가자 위쪽 흑세력이 상당히 제한 됐다.흑 121로 들여다보고 123으로 찔러 3점은 거의 잡혔지만 위쪽 백3점에 위협이 될 것 같진 않다.이 흥정은 흑이 3점을 포함 모두 5점을 잡았지만 위쪽 세력이 거의 무용지물이 돼 백이 불리할 건 없어 보인다.

[제12보 123~ 140]이젠 끝내기만 남았다.여기서 형세를 살펴보면 반면으로는 흑이 우세해 보이지만 도저히 덤을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피차 실수가 없다면 반집에서 2집반 쯤 백이 이길 것 같다.다만 남은 시간이 변수가 될 수는 있겠다.린9단이 먼저 초읽기에 들어갔다.그러나 린9단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다.

[제13보 141~273]146 148은 실수.165의 자리를 이어 버리면 도저히 뒤집힐 수 없는 바둑이지만 시간에 쫓긴 린9단 165를 외면했고 165는 결국 명인에게 돌아갔다.조훈현 9단은 165를 흑에게 빼앗겨서는 백이 이기기 어렵다고 말한다.273수 각 7시간 59분의 혈투를 정리해 본 결과 흑이 2집반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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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다, 린하이펑에 힘겨운 첫승

<민진기/동아닷컴기자> jinki20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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