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세스코 "바퀴가 없는 만큼 즐겁다"

  • 입력 2001년 8월 31일 16시 11분


해충박멸 서비스업체 세스코(CESCO) 광고에는 그 흔한 바퀴벌레 한마리 나오지 않는다. 대신, 상큼한 웃음마크로 기업이미지를 대신한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동화적인 분위기의 밤하늘. 특급호텔이 웃었습니다, 라는 나래이션이 깔리고 불빛이 반짝이는 하얏트호텔을 비춰준다. 71372번째 세스코 존인 호텔은 쥐, 바퀴 없는 청정지대로 한밤중에도 방긋 미소짓는다.

다음은 초승달이 예쁘게 걸려있는 밤. 86331번째 세스코 존 패밀리레스토랑이 웃었습니다. 역시나 방긋 웃는 웃음마크. 마지막으로 구름이 잔뜩 낀 밤. 엄마 우리 집은 몇 번째야? 우리 집이 활짝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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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광고는 깨끗하고 해맑게 흘러간다. 그간 우리가 봐온 바퀴벌레 박멸 광고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 동안은 보기만 해도 흉측한 바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약을 먹고 떼로 널브러져 죽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 획기적인 광고라면 빠삐용이 독방에 갇혀 바퀴벌레를 먹으며 연명하는걸 본 간수가 수를 쓰는 것 정도일까.

집의 골칫거리인 요놈들. 바퀴, 쥐, 개미는 인간에게 병원균을 옮기거나 하는 일차적인 위해가 제일 심각하지만 무엇보다 우선 시각적으로 징그럽고 혐오스럽다. 바퀴벌레를 전면으로 등장하는 광고는 그들의 혐오스러움을 더더욱 각인시켜서 제품구매욕구를 배가시키는 전략이다. 즉, 본능적으로 저걸 없애야 해 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상큼한 이미지로 승부하는 세스코는 우아하게 슬쩍 우회한다. 바퀴벌레를 내세워 사람들의 불안함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 이쪽은 삶의 질을 제안한다. 호텔과 레스토랑이 등장하는건 그 이유다. 해충이 없는 호텔과 레스토랑에 출입하는 사람은 높은 질의 유흥을 즐기는 것이다. 자신이 사는 집은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참 재미있는 것은 세스코는 공중파 광고뿐 아니라 특별한 광고지대가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바로 세스코 홈페이지(www.cesco.co.kr). 요즘 주요 pc통신 사이트와 젊은이들 사이의 최고 인기 유머는 세스코유머다. 누가 일부러 지어내서 유포한 것이 아니라 해충박멸에 관한 ‘묻고 답하기’ 코너에서 직원이 답해준 것이다.

이 공개상담이 웃긴 것은 4명의 직원이 각 해충마다 너무나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해준다는 점이다. 그 무섭고 징그러운 놈들을 마치 애완동물 대하듯 귀엽고 재치발랄한 센스어린 대처법을 일러준다. 이에, 네티즌들은 직원의 유쾌한 유머감각을 캐취하고선 집안의 별별 벌레와 벌레에 얽힌 사연을 올리기 시작. 하루 백여건이 넘는 기록적인 게시판 글이 올라왔고 홈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날아다닐 수 있는 놈은 미국바퀴, 붉은 빛이 도는 작은 놈은 독일 바퀴, 요철이 있는 놈은 일본바퀴, 매끈한 놈은 먹바퀴. 바퀴의 종류와 서식요건, 습성들 같은 전문적인 지식까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특히나, 장난스러운 질문에 대한 대답들은 가히 독보적이다. 여기서 일일이 소개를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질문 : 집에 이러저러한 모양의 정체불명의 벌레가 나타났는데 어떡하죠? 답 : 스카치테이프에 붙혀서 연구소로 보내주십시오.

공중파로는 청정한 기업이미지를 홍보하고, 홈페이지에선 웃음과 재치로 한명 한 명 실질적인 고객을 꾸준히 끌어들이는 전략. 히야. 그야말로 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진다.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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