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日책임 일부 인정했지만…

  • 입력 2001년 8월 23일 19시 12분


일제치하에서 각종 피해를 본 한국 중국 대만인 등이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들을 일본에서는 일괄해서 ‘전후보상소송’이라고 부른다. 72년 한국인이 처음으로 제소한 이후 67건에 달하고 있다. 이중 33건이 한국인이 낸 것이다.

23일 일본 신문들은 교토(京都)지법이 우키시마마루(浮島丸)호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1면 머리기사에다 해설을 곁들이는 등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지금까지의 전후 보상소송과는 달리 국가의 책임을 일부나마 인정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둔 것이다.

지금까지 숱하게 있어온 전후보상판결 내용은 빵 틀에서 찍어낸 붕어빵처럼 거의 비슷했다. 일본 법정은 우선 개인보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1965년 한일기본협약에 따라 국가간 보상이 끝났으므로 일본 정부가 개인에게 보상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원고들은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라도 보상을 하면 될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그러면 재판부는 법을 만들고 안 만들고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도망간다. 법원의 이 같은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1심 이상의 판결이 나온 27건의 소송 중 21건이 사실상 원고패소였다.

그러나 일본의 양식있는 학자들은 “재판부가 조금만 용기를 내면 현행 법체계에서도 얼마든지 피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이센(惠泉)여학원대학의 우쓰미 아이코(內海愛子·59·일본아시아관계사) 교수는 “일부 승소판결은 정부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피해자 구제와 과거사 극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해결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일본은 침략전쟁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히 규명하고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설 땅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극소수파인 것이 현실.

한국인 피해자의 대부분이 이미 사망했고 나머지는 노쇠해가고 있다. 과거문제는 당사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 사법부의 용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