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어글리 코리안

  • 입력 2001년 8월 20일 19시 04분


최근 싱가포르에 혼자 해외출장을 다녀온 회사원 J씨. 짧은 일정이었지만 ‘영어 스트레스’ 때문에 모국어가 몹시 그리웠다.

그러나 생김새가 비슷하다 싶어 말을 걸어보면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 호텔 바 옆자리의 커리어우먼을 영락없는 한국인으로 여겨 힐끔힐끔 눈길을 보내다 “Do I know you?(전에 뵌 적이 있던가요?)”라는 유창한 영어발음에 당황한 적도 있었다.

J씨가 모국어 갈증을 말끔하게 씻은 곳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주류면세점. 20∼30명의 손님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얼마 남았어? 다 쓰고 가야지.”

“저게 더 비싸 보이지 않아?”

“한 병 더 사자. 설마 걸리겠어?”

두어 명은 싱가포르 돈으로 3570달러(약 265만원)나 하는 최고급 코냑 ‘루이 13세’를 만지작거렸다.

“야 이게 그 유명한 루이 13세냐? 포장 한 번 뜯어보자.”

“사지도 않을 거면서….”

“뭐 어때?”

그들이 빠져나간 뒤 점원들이 새 상자에 술병을 담으며 말했다.

“또 한국사람들이지?”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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