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노숙자들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28분


서울 용산역 앞 뒷골목에는 매일 300여명의 노숙자들이 무료 급식을 기다리며 줄을 선다. 요즘은 높고 낮은 빌딩 주변에서도 노숙자들이 쉽게 눈에 띈다. 외환위기가 닥쳐온 97년 말에는 주로 지하철 역사에 노숙자들이 몰렸으나 지금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요즘 많이 보이는 노숙자들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과 이혼 등으로 가정이 파탄난 사람들, 이자율이 높은 사채를 빌렸다가 빚 부담에 집을 떠난 사람들, 빚보증 피해를 보게 될까 두려워 숨어 다니는 사람들, 출소한 뒤 갈 곳 없이 방황하는 사람 등이다.

오갈 데 없는 25명을 위해 교회 예배실 옆에 방을 만들고 잠자리를 준비했지만 건축 일용잡부와 주차 관리인으로 일을 나가는 몇 명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노는 사람이 대다수다. 여기에 지금까지 노숙자 대열을 이탈하지 않은 행려자와 약물 및 알코올 중독자를 합치면 실제 노숙자는 날마다 늘어나는 실정이다.

아버지와 남편 구실을 못해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숙자들의 고통과 비극은 체험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어렵다. 직장을 잃은 사람이 무조건 가출했다가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노숙자 쉼터에 부족한 냉장고와 선풍기, 의류 등을 모으면서 이들이 하루빨리 직장과 직업을 다시 갖고 변화된 모습으로 가정으로 돌아가길 기대해 본다.

최 성 원(노숙자선교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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