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 귀신도 두손? 청담동 '사옥괴담' 탈피 조짐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28분


박찬호가 소속된 LA 다저스의 부진한 최근 성적을 놓고 홈 구장인 다저스 스타디움의 풍수 지리학적인 문제가 제기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도 가끔 뭔가 일이 안 풀릴 때는 ‘터’가 안 좋다는 말을 하곤 한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어느 건물. 이 건물은 올 봄 리노베이션 작업을 거쳐 깔끔한 모습으로 단장하고 영화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와 음반 제작사인 두손 기획이 입주해 있다.

이 건물은 원래 우리나라 최고의 유통망을 자랑하던 S레코드 사의 소유였다. S레코드 사측은 이 건물 1층에 대형매장을 만드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으나 얼마 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종교 사건으로 인해 휘청했다.

이후 이 건물에는 한 때 최고 잘 나가던 댄스 그룹이었던 R.ef의 소속사가 입주했다. 당시 수많은 히트곡을 양산하며 엄청난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던 R.ef는 새 음반을 준비하던 어느 날 갑자기 R.ef 멤버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으로 그룹 해체를 발표해버렸다. 바로 이 건물에 입주한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이후 다른 기획사들도 이 건물에 입주했다가 모조리 망해서 나갔다. 이 건물 지하에 있던 연습실에서 신인 댄스 그룹에게 안무연습을 시키던 모 제작자는 아예 음반을 만들어보지도 못하고 중도 포기했다.

이런 사정으로 한동안 귀신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며 이 건물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 기가 세기로 유명한 정태원 사장이 이런 소문을 일축하고 이 건물을 매입해 입주했고, 평소 ‘신기’가 있는 음반 프로듀서로 소문난 강민 사장이 이끄는 두손 기획도 김정민, 스카이, 김희선 등을 이끌고 이 건물에 입주했다.

처음에는 소문대로 두 회사 역시 이 건물의 기에 눌리는 듯했다. 태원에서 제작하려고 했던 영화 두 편이 제작 취소됐고, 두손 소속이던 스카이 최진영은 갑자기 다른 회사로 이적했다. 김정민의 새 앨범은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지만 막상 타이틀곡의 가사가 나오지 않아 완성시키지 못하고 있었고, 김희선은 누드 사진집 공방으로 곤욕을 치뤘다. 이에 주변에선 건물 입주 시 무당을 불러다 굿을 했어야 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엉뚱한 미신이나 괴담 따위는 믿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최근 이 건물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태원에서 제작 취소된 영화들은 기획단계에서 접어버리길 잘했다는 평가고, 덕분에 전력투구로 제작하게 된 ‘흑수선’은 좋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손 측도 최진영 대신 새로운 ‘스카이2’를 추진하면서 스카이 프로젝트를 아예 잊혀졌던 인기연예인을 새롭게 ‘신장개업(?)’시키는 사업으로 전매특허화 하고 있다.

최근 완성된 김정민의 앨범 역시 그의 역대 음반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희선은 새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원래 귀신같은 것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 건물에 거주하던 귀신이 기가 센 두 제작자에게 밀려 다른 곳으로 이주한 것일까.

김영찬<시나리오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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