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피플]박순효 한국전기초자 사장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22분


구조조정의 ‘스타’였던 한국전기초자 서두칠(徐斗七) 회장이 일본측 대주주와의 불화로 전격 사임한 자리에 이달 초 박순효(朴淳孝·64·사진) 한진무역사장이 취임했다.

박 사장은 19일 “전임 서 회장의 인기가 너무 높아서 심리적인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전임 대표의 경영성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느낌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동종업체들의 실적도 비슷하게 좋았다는 것.

박 사장은 취임 직후 공장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1300억원어치나 되는 재고가 창고는 물론이고 종업원 주차장에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감산조치를 취했다. 내년 4월로 예정됐던 유리가마 하나의 수리시기를 이달로 앞당긴 것. 올해 매출규모도 지난해 7100억원에서 5800억원으로 18%정도 낮춰 잡았다.

그가 한국전기초자의 임직원이 아니면서 사장에 선임된 것은 대주주인 일본 아사히글라스측과 맺어온 오랜 인연 덕분.

30여년간 유리벌브를 수입해 온 그는 이 분야에서 국내 ‘산 증인’으로 통한다. 아사히글라스도 이런 경륜을 믿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회사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재경 부산중고 동창회장, 로타리클럽 지역대표를 지낼 정도로 마당발 체질. “회사 안팎의 경영여건이 더 이상 나빠지려야 나빠질 것이 없으니 좋아지는 일만 남았다”는 말에서도 그의 특유한 낙천성이 엿보였다.

<김광현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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