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나폴레옹 성공의 비결 '나폴레옹의 싱크탱크들'

  • 입력 2001년 7월 27일 19시 02분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프랑스의 국가 수반이 된 나폴레옹은 야심찬 정치가들에겐 일종의 신화와 같은 존재다.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세계를 호령했던 그의 전기는 전세계 야심가들에게 교과서처럼 읽히는 것은 물론, 그의 영웅담은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된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나폴레옹 전기와는 그 접근을 달리한다. 지금까지 나폴레옹에 관한 대부분의 기록들은 그의 무한한 야망과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야망만큼이나 거대했던 오만으로 인해 자신의 재능과 정력, 매력을 헛되이 소모해버린 나폴레옹 개인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저자는 나폴레옹의 영웅담이 그의 개인적 삶에 대한 조명으로는 완전히 이해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가 쿠데타를 통해 프랑스의 수반이 되기까지는 그를 따르는 수많은 작전참모들의 도움이 있었으며, 이들을 자기 뜻대로 조종했던 나폴레옹의 용인술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않고는 반쪽짜리 전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폴레옹의 독재는 결국 몰락의 길을 걸음으로써 우리에게 훌륭한 교훈을 남겼지만 그의 용인술에는 분명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그는 반대파에 대해서는 가혹한 보복이나 징벌 대신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영구적으로 자기사람을 만드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는 참모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면서 결코 그의 곁을 떠날 수 없게 만들었다.

브뤼메르 쿠데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은 새로운 프랑스 건설을 꾀하면서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원칙보다 구시대 인물 가운데 역량이 뛰어나고 미래지향적인 인물을 찾았다. 그는 집권 즉시 국외로 추방됐던 구시대 인물들을 대부분 불러들였고 이들에게 정치활동을 전면적으로 허용함으로써 국민들에게는 화해와 포용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심었다. 이는 잔인한 숙청 대신 따뜻한 포용을 통해 반대 의견의 근원을 모조리 뿌리뽑아 버리자는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능력에 맞는 역할을 주고, 거기에 충분한 대가를 부여했던 나폴레옹의 총기는 권력의 정점에 이르러 퇴색하고 만다. 아마도 권력은 부패와 타락의 DNA를 내재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폴레옹은 계몽운동에 깊이 뿌리박힌 언론의 자유를 철저하게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작전은 참모들에 의해 철저하고 치밀하게 전개된다. 대부분의 신문은 폐간 당하고 폐간을 간신히 모면한 신문들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검열기관을 설립, 철저히 통제했다. 몰수와 합병을 통해 신문사의 수가 줄었고 모든 출판물은 출간되기 전 치안장관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런 억압은 “정부는 공화국의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것을 억압할 자연권을 가지고 있다”는 간단한 주장으로 합리화되고 정당화됐다.

언론통제와 여론조작을 통해 영원한 권력을 꾀했던 나폴레옹의 꿈은 영생을 원했던 진시황의 꿈만큼이나 허망한 것이었다.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는 순간부터 그의 몰락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미국 콜롬비아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나폴레옹과 그의 싱크탱크들이 획책했던 온갖 정치적 협잡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되살려냄으로써 리더와 참모의 진정한 역할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이 유능한 참모의 부재로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 도서 상세정보 보기 & 구매하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