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총재 '정쟁 중단' 지켜져야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44분


우리는 그동안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가 발언한 ‘대통령 탄핵 검토’건에 대해 논평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측이 제시한 대통령 탄핵사유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공당이 당론은 고사하고 내부적으로도 ‘너무 나간 것 아니냐’고 고개를 내젓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후 여야(與野)가 보인 ‘막말 정치’의 행태다. 한나라당측의 탄핵 발언이 있자 민주당 대변인은 곧바로 “더위를 먹었나. 헌법에 정당해산권이 있다는 얘기만 해주고 싶다”고 맞받았다. 한마디로 너희가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우리는 야당을 해산시킬 수도 있다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측이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민주헌정을 파괴해서라도 권력을 잡아보겠다는 정권욕과 대통령병에 걸렸다”고 공격하자, 한나라당측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경제정책 집행은 “정육점 주인이 심장수술한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 총재의 생가(生家) 복원과 관련해 “친일 혐의가 있는 부친의 생가를 복원하는 것은 반(反)민족적 행위”라고 몰아붙였고,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인민재판식 행태야말로 공산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정적(政敵) 죽이기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도대체 국민의 눈과 귀는 아랑곳하지 않는, 최소한의 양식이나 기본적인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는 막말들이다.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막말이 오가는 풍토에서 제대로 된 정치란 있을 수 없다. ‘막말 정치’는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정치의 제 역할은커녕 그렇지 않아도 극심하게 분열된 사회 내 갈등과 반목을 부풀릴 뿐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어제 주요 당직자들에게 ‘이전투구식 정쟁(政爭) 중단’을 지시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이 지시를 지켜야 한다. 총재는 이 말 하고, 당직자들은 저 말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여권도 진실되게 반성해야 한다. 사실 정치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보다 큰 책임은 여권에 있다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혐오에 이른 지 오래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야가 공멸(共滅)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동반 급락(急落)한 것으로 나타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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