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3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서울시는 저밀도지구를 재건축할 때 아파트 단지별로 재건축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 개별 저밀도지구에 포함된 여러 단지 중 첫 번째로 재건축할 아파트가 ‘우선 재건축’ 대상이다. 서울시는 일정 규모(우선 재건축 대상)를 먼저 재건축하고 나머지 아파트 재건축 시기는 전세난과 교통 환경문제 등을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정한 지구별 우선 재건축 물량은 △화곡지구와 암사 명일지구는 각각 3000가구 △청담 도곡지구는 2500가구 △잠실지구는 5개 단지 중 1개 단지 등이다. 총 9342가구인 청담 도곡지구의 경우 2500가구를 우선 재건축하고 나머지는 전세난 등을 감안해 재건축 시기를 정한다는 얘기다.
조합들이 첫 번째 재건축 대상이 되려고 목을 메는 이유는 ‘재건축 순서는 곧 돈’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시기가 1년 정도 지연되면 조합원의 부담은 1000만∼2000만원 늘어난다. 재건축 순서가 밀려 사업이 지연되면 수익성이 그 만큼 떨어지고 기존 아파트 값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재건축 대상에서 탈락해도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재건축하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업이 1∼2년 늦어져도 수익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 우선 재건축 대상이 되지 못하면 사업시기가 의외로 장기간 늦어질 수 있다. 최근 서울의 전세난의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재건축을 앞두고 내달 이주를 시작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주공아파트(552가구)의 경우를 보자. 이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면서 주변 아파트 전세금은 두 달 새 20%나 올랐다. 여름철 비수기인데도 전세 매물이 품귀일 정도다. 552가구 이주의 충격이 이 정도라면 저밀도지구에서 2500여 가구씩 우선 재건축 물량이 쏟아지면 심각한 전세난은 불가피하다. 우선 재건축에 따른 전세난은 다음 재건축 허용 시기를 크게 지연시킬 수 있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우선 재건축 대상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다. 일부 재건축 조합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우선 재건축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단지도 우선 재건축을 장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주변의 말만 믿고 우선 재건축을 기대해 아파트를 사들인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