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7월 17일 19시 0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사마란치 위원장이 당시의 일을 떠올렸던 것일까. 그는 엊그제 모스크바총회에서 21년간의 IOC수장 자리를 물러나며 “IOC의 개혁이 10년 전부터 시작됐어야 하는데”라고 이임의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유감 표명은 인사치레였다는 느낌이다. 그는 취임 당시와 지금의 IOC 위상을 비교해보라며 자신의 성공적 재임을 강조했다. 사실 IOC는 사마란치 재임 중 다양한 사업과 마케팅 등으로 매우 부유한 조직이 됐다. 또 올림픽은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축제가 됐고, 개최도시는 늘 흑자를 냈다.
▷사마란치는 IOC위원장으로서 마지막까지 뜻을 이뤘다. 그가 후원한 자크 로게 위원은 위원장으로 선출됐고, 그 자신이 추천한 41세의 아들은 위원이 됐으며, 올림픽운동 확산의 명분아래 지지했던 베이징은 2008년 올림픽개최지로 선정됐다. 스포츠계의 절대권력자다운 면모를 다시금 과시했다. 그러나 그의 욕구가 거기에서 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는 로잔의 올림픽박물관을 사마란치 기념박물관으로 개칭하도록 했고, 또 IOC 종신 명예위원장으로 추대돼 계속 IOC에 영향력을 행사할 바탕도 마련했다.
▷모스크바총회가 신임위원장과 올림픽개최지 선정 총회라기보다 사마란치 위원장의 이임 총회 같았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IOC위원장 선거에서 고배를 든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의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김 회장은 사마란치가 퇴임 후에도 수렴청정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자신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선거결과 발표장에 불참했을 만큼 격해 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과연 사마란치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포츠 사랑인가, 스포츠 권력인가.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