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우리 아파트 자랑]"부대시설까지 세심한 배려"

  • 입력 2001년 7월 17일 18시 46분


흔히 창업주의 아들이 사장에 오르면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사장이 젊으면 더욱 그렇다. 2세 경영체제로 넘어갈 때는 회사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고비’이기 때문이다. 창업주의 경험에다 2세의 젊은 감각과 합리성이 보태지면 어떨까. 아파트 브랜드 ‘월드메르디앙’으로 중견주택업계 선두로 나선 월드건설이 그 시험을 치르고 있다.

서울 여의도 회사 입구에서 마주친 조대호(曺大鎬·33·사진)사장은 일이 바쁜 실무 과장처럼 보였다. 적당히 단정한 옷차림, 직원과 격 없는 대화…. 오너 2세의 모습은 엿보기 어렵다.

직원들이 다들 젊은 사장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얘기에 그는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죠, 늘 배우고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며 웃는다. 조사장은 ‘부족한게 많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그의 능력은 만만치 않다. 서울대, 미국 남가주대 경영학석사 등 학력 때문만은 아니다. 방학 때면 회사에서 일을 배웠고 졸업 후 주임부터 시작해 주택사업을 경험했다.

그가 첫 손가락에 꼽는 기업의 덕목은 ‘대화와 시스템’. “서로 다른 부서원들이 회사의 전략과 목표를 함께 나눠야합니다. 개인이 회사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조직이 회사를 움직여야합니다”. 이는 중견업체가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이다. 조사장은 올 1월 사장 취임 후 사내 제안 제도를 되살렸다. 공사관리 회계 시스템을 전산화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크게 줄였다.

그는 “주택업체는 무엇보다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한다. 가격 경쟁력이나 분양방식보다 아파트 품질 자체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 조사장은 자신의 주장을 8월말 수원 팔달구 수원교도소 터에 짓는 월드메르디앙 2063가구에 드러낸다. 올해 분양할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물량이다. 그는 주민에게 무료 제공할 스포츠센터에도 세심한 배려를 쏟고 있다. 이쯤 되면 아파트 내부 품질에도 자신할 만하다.조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싶다. 부친인 조규상회장에게 내년부터 2년 임기와 연봉 계약을 맺자고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계약을 맺으면 성과를 내야한다. 그러나 조사장은 조급하지 않다. 당장 높은 실적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는 “우선 시스템과 대화를 통해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아파트 품질과 경영 실적은 저절로 따라오겠지요”라고 말했다.

조사장은 “직원 평균 연봉을 8000만원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오너 2세보다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굳히다보면 그가 목표를 실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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