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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13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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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일본 고베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그 참상을 지켜보던 세계인들은 일본인의 질서정연한 자원봉사 활동을 보며 일본 사회운동의 모범적인 모습을 확인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시민운동도 이런 모습에 주목하며 일본의 시민운동을 본받고자 한다. 이른바 ‘NGO(비정부기구)의 시대’에 한국 시민운동이 일본의 시민운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시민운동이, 기술이나 정책 분야에서 해 오던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경우를 답습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책을 저술했다”고 밝히며, 이런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한다.
물론 저자도 일본의 사회운동이 상당한 견실성을 갖추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생활협동조합 운동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견실한 사회운동 저변에는 지역의 보수성이 깔려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생활운동은 정치적인 일에 무관심하지만, 일본의 사회운동은 대부분 행정에 협조적이고 국가의 개입에 수동적이며 변화와 개혁에 저항하는 성향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지역의 보수성과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그대로 일본 사회 전반의 특성을 이룬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이 점을 드러내기 위해 일본 사회발전에서 국가의 역할, 지역조직의 보수성, 일본의 자유주의사관 운동,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 재일 한국인 운동, 생활협동조합 운동, 여성운동 등을 검토하며 일본 사회운동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시도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