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 당분간 무적시대 예고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34분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21·미국)의 전성기가 다시 열릴 것인가.

윌리엄스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맛본 뒤 US오픈, 시드니올림픽 등을 잇따라 휩쓸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올해 그의 행보를 보면 마치 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것 같다. 시즌 초반에 이렇다할 성적을 못 냈으나 8일 끝난 윔블던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재도약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윌리엄스는 최근 5개 메이저 대회에서 3승을 올리며 큰 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세계 랭킹 1위에는 단 하루도 오른 적이 없다. 보통 선수들과 달리 일부 대회에만 제한적으로 출전해 랭킹 포인트가 늘 모자랐던 탓. 올해에도 윔블던까지 단 9개 대회에 나섰을 뿐이었다. 테니스 외에 다른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데도 한 우물만 파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는 셈.

플로리다에 있는 한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으며 조세와 재무관리 등을 공부하는 등 학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또 풍부한 독서량으로 기자회견 자리에서 문학적인 표현을 쓰고 고사를 자주 인용할 정도. 윌리엄스의 아버지 리처드씨는 “내 딸은 테니스를 안 해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그녀의 조기 은퇴설을 흘리고 다녔다.

따라서 윌리엄스가 한눈팔지 않고 운동에만 전념할 경우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1인자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남자 못지 않은 파워를 갖췄으며 뛰어난 기량과 강인한 승부근성 등 뭐하나 빠지는 게 없다는 것. 최고 시속 200㎞에 이르는 강서브에 약점으로 지적된 네트 플레이까지 보강해 딱히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 윌리엄스 자신도 “나보다 나은 선수를 찾아볼 수 없었으며 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윌리엄스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슈테피 그라프 등과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스타가 될 수 있을까. 해답은 어디에도 아닌 바로 윌리엄스 자신이 갖고 있는 듯하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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