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OUT]며느리는 ‘그 여자네 집’에 가고 싶다!

  • 입력 2001년 7월 9일 15시 25분


이상한 일이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너 행복하니?”

글쎄다. 흔쾌히 “yes!” 라고 대답하기는 힘들다.

요즘 난 MBC 주말 드라마 ‘그 여자네 집’을 참 열심히 본다. 하지만 50분 내내 열심히 보는 건 아니고 영욱(김남주)이의 결혼생활 부분만 눈이 빠져라 보는 편이다(김현주가 분한 영채의 깜찍스런 사랑이나 박상면이 맡은 삼촌의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는 현실에 닳고 닳은 아줌마가 보기엔 황당하고 짜증난다). 적당히 잘나고 적당히 똑똑한 요즘 여자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 부딪히게 되는 일들을 어쩌면 그렇게나 조목조목 짚어주시는지…

결혼을 하고 여자가 느끼는 제일 큰 황당함은?

1. 난 딴 거 다 포기하고 사랑 하나 보고 결혼했는데 당신의 아들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 났다고 생각하는 시댁 식구들

2. 시집살이 시킨다는 말 듣기는 싫어하면서 아들네 살림엔 감 놔라 콩 놔라 하는 시어머님들

3. 자기 시집살이하는 건 억울하지만 올케 시집살이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누이들.

그 케케묵은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도 ‘그 여자네 집’이 지겹지 않은 건 아마 며느리로서의 피해의식이 아직도 단단히 쌓여 있어서일까?

아무튼 ‘그 여자네 집’의 에피소드들은 이 땅의 며느리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활 속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침마다 출근 전쟁을 치룬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아들의 아침밥에 목숨 걸고, 이미 출가시킨 아들의 집을 내 집 드나들 듯 들락거리는 시어머니, 사사건건 올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시누이, 왜 그렇게 작은 일에 섭섭해 하고 눈물도 많은지, 영욱이가 분통을 터뜨릴 만도 하다. 그래서 나온 말이‘결혼은 생활이다’ 아닌감?

매주 “맞아 맞아…시어머니 저러시면 열 받지…”하며 대한민국 며느리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드라마라고 적극 지지했는데 지난 주말 드디어 상상 못할 일이 터졌다. 영욱이가 드디어 시누이와 맞장을 뜬 거다. 웬만큼 간이 크지 않은 며느리라면 상상도 못할 일! 그 뒷감당을 어찌 하려구….

시누이에게 할 말 또박또박 다하는 영욱이의 모습에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보내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게나 만만한가? 누구는 영욱이만큼 말을 못해서 참고 사나? 영욱이 네처럼 한판 뜨고 나서 소주 한잔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집안이 어디 흔한가? 가족이라는 단단한 굴레에 얽혀있는 이상 적당히 참고 모르는 척 하는 게 나중을 위한 일이란 걸 우리 며느리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시누이와 속시원히 싸우고 노래방에서 악을 쓰는 드라마 속 영욱이 네를 보니 조금은 부러웠다.‘시’자 붙은 게 싫어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데, 서로 속을 털어놓고 ‘너 재수없다!’고 얘기할 수 있는 시집이라면 ‘그 여자네 집’은 살만한 집 아닌가? 아마 작가님도 “우리 이젠 착한 척 그만하고 터놓고 살자!”고 말씀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좋건 싫건 늘 “yes”를 남발하는 이 며느리는 시끄러워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그 여자네 집’에 가고 싶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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